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10일 청와대 회동이 성사된 것은 미국산 쇠고기수입 협상이 촉발한 여권의 총체적 위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만나는 것은 지난 1월 23일 이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다녀온 박 전 대표와 당선인 신분으로 만난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공천과정을 통해 쌓인 양측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당력을 결집시키는 것이 지지율 급락 등 위기국면을 돌파하기에 앞서 마무리해야 할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회동은 오는 11일 호주와 뉴질랜드 등 해외방문 일정을 앞두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일정과 오는 22일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선출이라는 당내일정을 앞둔 정치일정을 고려, 급박하게 이뤄지게 됐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을 통해 차기 지도부 구성이 가시화되기 전에 박 전 대표와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바닥에 깔려있는 셈이다.
또한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범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 주된 이유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불신과 분열때문이라는 분석에 이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거렸다'는 배경도 설득력이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도 "회동결과를 지금으로서 알 수는 없지만 국정운영에 책임을 진 분들이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라는 현실인식에 동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강재섭 대표는 박 전 대표의 해외방문 일정을 알려주면서 이 대통령에게 조기회동을 건의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이와 관련, 9일 "박 전 대표의 출국에 앞서 국정운영전반에 관해 이 대통령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청와대 회동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의 해외일정에 당의 백기엽 국제국장이 공식수행하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주말 청와대 회동이 성사된 것은 혁신도시논란과 청와대비서관 재산파동 등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논란'을 겪으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려온 이 대통령의 정국 해법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 이번 회동은 박 전 대표측이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는 상황을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진 마당에 이 대통령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각종 국정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면서 박 전 대표의 협력을 요청하기 위한 자리라는 분석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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