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뒷걸음' 한국경제 한치 앞도 안보인다

성장없이 물가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분석도

"정말 한치 앞이 안 보입니다. 이렇게 원자재·연료가격이 급등하면 살아남을 기업이 없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어렵습니다."(포항지역 A철강업체 대표)

"물가가 이런 추세로 올라가면 내수 유통기업은 손님 줄어드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월급과 아이들 성적 빼고는 모든 게 오른다는데 손님들 지갑에 무슨 돈이 남아 쇼핑하겠습니까?"(대구 B유통업체 임원)

한국 경제가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라가야 할 성장률은 뚝뚝 떨어지고, 내려가야 할 물가는 급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계기사 15면

대책을 내야 할 이명박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편성을 놓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에 부닥쳐 있는가 하면, 섣부른 발언으로 환율이 요동치게 하는 등 오히려 경제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8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4.5% 이하로 머물 것"이라는 충격적 발언을 내놨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좋은 점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8일 두바이유가 배럴당 116달러, 서부텍사스산 중질유가 한때 124.61달러까지 오르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3.5원 폭등,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인 1천49원을 기록하면서 기업 자금담당자들은 "몇시간 뒤도 예상 못 하겠다"며 아우성이다.

고유가에 환율 상승까지 맞붙으면서 물가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지난달 대구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3%나 급등했다. 이는 2004년 8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처음. 전국 물가도 마찬가지 상황.

물가 불안 속 성장률 둔화는 뚜렷해졌다. 지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에 비해 0.7% 올라 2004년 3/4분기 이후 최저치다. 올 초부터 이미 경기가 본격적 내리막에 들어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통화관리당국인 한국은행은 물론, 여당과도 손발을 맞추지 못하면서 경제 주체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진병용 대구은행 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을 내면서 한국은행에 대해 금리 인하를 재촉하고, 환율을 끌어올려 수출을 늘리려는 방식에 기댄다면 경제는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든다. 정부는 감세와 규제완화 등 장기 처방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면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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