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1일은 '입양의 날'…국내입양률 제자리 왜?

'가슴으로 낳은 핏줄' 주위엔 쉿!

▲ 입양을 앞둔 신생아들이 미혼모인 엄마 품에 잠들어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대구아동상담소 제공
▲ 입양을 앞둔 신생아들이 미혼모인 엄마 품에 잠들어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대구아동상담소 제공

이준호(가명·45·공무원)씨는 지난해 1년을 기다려 일곱살배기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이씨는 태어난 지 몇개월 되지 않은 아기를 원했지만, 자신처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무적(無籍)' 신생아를 선호하는 양부모 신청자들이 대다수라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다. 이씨는 "처음에 딸아이가 가족관계부(구 호적)에 '양자'로 표기된다는 사실이 꺼림칙했지만 입양을 하고 보니 괜한 걱정임을 알았다"고 했다.

◆혈통주의, 국내 입양 활성화 걸림돌

정부의 국내입양 활성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무적 신생아를 고집하는 입양 신청자들의 의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적 신생아 경우 생부, 생모와의 관계가 공문서에 남지 않아 입양 부모가 아동을 낳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

국내 입양기관에 따르면 입양 신청자들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혈액형이 부모와 일치하고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등 3개 입양기관에 따르면 지난 한해 대구에서 국내입양된 아동은 모두 117명으로 이 중 대부분이 출생신고가 안 된 신생아다. 한 입양신청자는 "핏줄을 고집한다고 핀잔을 받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아이를 위해서라도 입양 사실을 숨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입양기관 관계자는 "조건에 맞는 아이를 입양하려고 1년 6개월째 기다리는 양부모도 있다"며 "조건에 맞지 않는 아이들은 외국으로 입양되거나 단기 위탁가정에 보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허술한 입양가정 자격

입양가정 자격을 검증하는 시스템도 허술하다. 입양법은 올해부터 양부모 자격을 ▷기혼가정의 25세 이상 부모로 아동과의 연령 차가 60세 미만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한 가정 ▷아동 양육에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가정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 중 확인 가능한 것은 '연령 차'가 유일하다. 정작 아동을 잘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 '입양촉진 및 절차에 따른 특례법 시행규칙'에는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직장·이웃·가정 등을 입양기관이 방문조사토록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입양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입양기관들은 양부모에 대한 자격 규정을 구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사회복지회 대구아동상담소 박미향 과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처럼 양부모가 될 사람의 음주 여부, 전과기록, 정신과 병력까지 참고해 입양 자격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전체 입양아 수는 2001년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국내입양 비율은 1999년부터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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