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희가극은 전문 가수가 따로 있다

희가극, 즉 오페라 부파(opera buffa)에 나오는 베이스 가수들은 특별히 바소 부포(basso buffo)라고 부른다고 전편에서 말하였다. 바소 부포들은 오페라에서도 상당히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이다. 그들은 아주 빠른 트릴과 패시지 등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 보통 희극 배우들 뺨치는 연기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 오페라의 베이스들이라고 누구나 바소 부포를 잘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따로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는다. 대표적인 곳이 이탈리아 중동부에 있는 해안도시 페사로다. 페사로에는 유명한 로시니 음악원이라는 음악학교가 있는데 이곳은 주로 오페라 부파를 위한 전문 가수들을 훈련시키기로 유명하다.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는 페사로에서 태어난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이다. 그는 당대에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사가 될 정도로 크게 성공했던 인물이다. 그는 비가극과 희가극의 양 분야에서 모두 많은 명작들은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했던 것은 그의 희가극, 즉 오페라 부파들이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로시니의 희가극들로는 '세비야의 이발사'를 비롯하여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이탈리아의 터키인' '랭스 여행' 등이 있다.

그런데 로시니의 오페라 부파에는 특별히 어렵고 다양한 기교를 요구하는 역할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소 부포의 역할들이다. 즉 그의 '세비야의 이발사'의 돈 바질리오, '라 체네렌톨라'의 돈 마니피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의 무스타파, '이탈리아의 터키인'의 태수 셀림 등이 그런 역할들이다. 그런 바소 부포는 특별한 기교와 연기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로시니 음악원에서는 이런 바소 부포들에게 특별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자기 고향의 자랑스러운 음악가인 로시니의 이름을 붙인 로시니 음악원에서는 이런 가수들을 배출하고, 페사로에서 매년 여름에 벌어지는 로시니 페스티벌에서는 그들이 세계의 오페라 팬들과 비평가 앞에서 선을 보이게 된다. 로시니 페스티벌은 오직 로시니의 오페라들만을 공연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므로 이곳은 오페라 부파의 공연과 가수들의 배출에 특별히 권위가 있다. 이렇게 오직 오페라 부파만을 부르는 전문적인 바소 부포들로는 과거에 파올로 몬타르솔로, 세스토 브루스칸티니, 엔초 다라 등의 대가들이 있었으며, 최근 현역으로는 시모네 알라이모나 알렉산드로 코르벨리 등이 유명하다.

또한 오페라 부파, 특히 로시니 오페라의 특징 중의 하나는 여자 주인공에 소프라노가 아닌 메조소프라노 역이 많다는 것이다. 즉 로시니 오페라 부파들은 처음부터 메조소프라노를 주인공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 '세비야의 이발사' '라 체네렌톨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등이 모두 그러하다. 메조소프라노들 중에서도 희극의 역할들을 전문적으로 부르는 가수들이 있었으니, 유명한 메조소프라노인 체칠리아 바르톨리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한동안은 희가극을 부르는 가수들과 비가극을 부르는 가수들이 아예 나뉘어 있던 시절도 있었다. 이렇게 희가극은 비가극과는 별로도 다른 극장, 다른 가수들에 의해 또 다른 세계를 만들면서 발전해 왔다.

오페라평론가·정신과 전문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