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얀마 10만명 참사, 어떻게 그런 일이…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의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미얀마 주재 고위 미국 외교관들은 나르기스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만명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재민 수도 100만명에 이른다는 외신의 타전도 있다. 열대성 저기압 나르기스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 규모가 이토록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미얀마를 덮친 죽음의 폭풍

10만명. 지난 3일 미얀마를 덮친 열대성 저기압 나르기스는 경북 칠곡군 인구(12만)에 버금가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해 지역 건물의 95%가량이 붕괴됐다는 외교관들의 전언도 들려온다. 구호 작업자 등 현장 목격자들이 전하는 풍경은 참혹하기만 하다. 시체는 들판에서 그냥 썩어가고 생존자들은 음식과 식수 확보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가옥을 비롯한 건물은 죄다 쓸려가 버렸고 100만여명이 집없는 신세가 됐다. 물에 잠긴 땅에서는 전염병 발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2004년 말 인도양 일대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지진해일(쓰나미)을 떠올릴 만큼 나르기스가 할퀸 상처는 크다.

미얀마 군정이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집계는 8일 현재 사망 2만2천980명에 실종 4만2천119명이다. 그러나 나르기스 상륙지인 라부타 읍내의 구청장 틴 윈이 AFP통신에 밝힌 바로는 최대 피해예상 지역인 라부타에서만 8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10만여명설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증언이다. 나르기스는 미얀마에서 1991년 14만3천명의 피해를 낸 사이클론(02B) 이후 최대의 사망자를 낸 사이클론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정이 화를 불렀다

나르기스의 위력은 엄청났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나르기스는 시속 200㎞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했다. 이로 인해 높이 3.5m의 거대한 폭우 해일이 닥치면서 이동 경로에 있던 모든 것을 쓸어 버렸다.

피해지역의 직선 거리만 약 360㎞나 된다. 서울에서 부산에 이를 정도 길이인 미얀마 남부 해안 지역을 급습했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특히 나르기스는 평소 사이클론의 경로와 달리 동쪽으로 이동, 인구 밀집 지역인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을 덮쳤다.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엔 20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해발 고도가 5m 이하 지대에서 거주, 폭우 해일에 노출됐다.

미얀마 군정이 안이하게 대비했다는 증언도 곳곳에서 나왔다. 인도 기상부(IMD)의 BP 야다브 대변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르기스가 미얀마에 상륙하기 이틀 전에 예상 상륙지역과 시간, 세기 등에 대해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얀마 정부는 "사이클론 경보를 내렸지만 대부분의 피해를 낸 높은 파도를 예측할 레이더 장비가 부족했다"고 국제연합(UN)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신들은 미얀마 군정의 사이클론 경보가 너무 늦게, 그것도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전달됐다는 뉴스를 전했다. 오히려 "당시 미얀마 뉴스 일기예보에서는 나르기스가 미얀마에 접근할 즈음에는 그 세력이 약해져 있을 것이라고 거짓보도를 했다"는 증언마저 나왔다.

◆숲 파괴가 빚어낸 비극

이라와디 지역에 도로가 제대로 개설돼 있지 않아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점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소형 선박을 교통 수단으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르기스가 지나간 뒤 이런 선박은 대부분 파괴 내지 유실됐다. 음식물이나 의약품 같은 최소 구호물자 전달할 방법이 없기에 질병과 기근으로 인한 추가 인명 피해 발생도 우려된다.

열대 해안이나 강 어귀에 형성돼 파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맹그로브 숲 등 삼림의 파괴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수린 피츠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사무총장은 미얀마가 이번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을 인구 증가 탓으로 돌렸다. 그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민들이 삼림보호구역까지 농지로 개간하고 맹그로브 숲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인구 밀집지역이면서 해발고도가 5m 이하에 불과한 저지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겨 사람들이 도망칠 곳도 없어져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2004년 동남아를 덮친 쓰나미 사태 당시에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산호초가 파괴되면서 지진해일을 막아줄 방패가 사라져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 국제사회에 이례적으로 구호 요청을 한 미얀마 군정은 평소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국가에게만 손을 내밀고 세계 각국의 구호의 손길을 뿌리쳐 비난을 사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구호는 단순한 일이어야 한다. 그건 정치 문제가 아니다. 인도적인 위기이다"라고 지적했다. 구호 제공을 전격 허락하라는 세계의 압박에도 미얀마 정부는 구호단의 입국 허가를 여전히 최소화하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