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막한 닭집 골목…상인들 "살길 막막" 한숨

생닭·오리 판매금지 추진 재래시장 표정

▲ 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생닭골목에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여파로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아 적막만 흘렀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생닭골목에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여파로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아 적막만 흘렀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대책과 관련, 정부와 한나라당이 9일 재래시장에서 생닭과 생오리의 판매 및 도축을 금지하고 위생이 검증된 곳에서만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과 음식점 주인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백화점, 대형소매점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명암이 엇갈렸다.

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생닭골목은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생닭 판매업자들은 AI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말부터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해 2, 3일 전 모두 문을 닫았다. 수십개의 가게에서 하루에 닭 수백마리를 팔고 도축하던 골목에는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한 상인은 "앞으로 폐업하면 살 길이 막막해진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닭, 오리를 사육하며 식재료로 구이와 탕을 내놓던 달성군 일대 음식점들도 4월 중순부터 문을 닫고 있었다. 한달 넘게 계속돼온 AI파동의 직격탄을 맞고 한달 가까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창면의 한 가게 업주는 "7월 복날 전까지 조류 인플루엔자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조치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닭고기 유통업체인 (주)청룡 김선일 대표는 "재래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이나 오리를 취급하면서 판매현장에서 직접 잡는 행위는 그동안 끊임없이 '비위생 논란'을 일으켜왔다"며 "태국 등 AI가 빈번히 발생하는 나라도 소규모 판매·도축상이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번 기회에 위생적으로 의심이 될 만한 곳에서의 닭·오리 유통은 근절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백화점 윤종일 축산담당은 "가정의 달 성수기를 맞아 축산물 판매대가 가장 바빠야 하지만 AI 등의 영향으로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위생사각지대를 하루빨리 없애려는 노력으로 보이며 향후 정부는 더욱 위생관리를 강화, 검증된 육류만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AI가 지난달 3일 전북 김제에서 처음 발견돼 농가→중간상→시장의 경로를 통해 확산되고 있으며 AI로 확인된 사례는 전국 13개 시·군·구에 35건이라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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