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크게 흔들린다.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광우병 파동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로 온 사회가 계속 혼란스럽다. 곤두박질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이런 사정을 잘 보여준다. 현 정권이 맞은 위기는 어디서 나왔는가?
정권의 교체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마찰적 비효율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번에는 물러난 정권과 들어선 정권이 이념적으로 크게 달라서, 마찰적 비효율이 특히 클 수밖에 없었다. 정권 초기에 국회를 야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정은 마찰을 극대화했다.
경제가 어렵다는 사정도 큰 요인이다. 원래 이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이란 심상 덕분에 당선된 터라, 시민들의 실망은 자못 크다.
그러나 책임의 큰 부분은 이 대통령의 거듭된 실책들로 돌아간다. 국사를 막 맡아 어설플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평가는 높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이 보인 가장 근본적 문제는 이념에 대한 오해다. 어떤 지도자도 이념을 외면할 수 없다. 사회에 대한 견해와 처방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이념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원리에 어긋나는 정책들을 서둘러 내놓았다가 비판에 부딪히면 이내 거두어들이는 행태는 이념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데서 나왔다.
보다 잘 드러난 문제는 이 대통령이 사람들을 고르는 방식이다. 그는 자신이 사귄 사람들만을 믿는 듯하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에게 그런 태도는 아주 위험하다. 아무리 경험의 폭이 넓더라도, 한 사람이 평생 사귈 수 있는 사람들엔 제약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사귄 사람들로 人材群(인재군)을 삼으면, 요직에 뽑힌 사람들 전체엔 편향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대통령과 경험, 계층, 도덕성, 세계관과 같은 특질들에서 비슷할 것이다. 자연히,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정권은 체계적 편향(systemic bias)을 품을 위험이 크다.
실제로 현 정권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책들 가운데 상당수가 체계적 편향에서 나왔다. 대표적인 예는 비서실과 내각의 구성이다. 대통령과 사귄 사람들 가운데서 뽑다 보니, 뽑힌 사람들 모두 재산이 많고, 대부분은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 재산을 늘렸다. 개별적으로는 그런 사정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각이나 비서설이 그런 사람들로만 이루어지면, 분명히 문제가 된다. 그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정책들을 마련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광우병 파동에 대한 어이없는 대응도 체계적 편향에서 나온 부분이 있다. 현 정권을 이룬 사람들은 대체로 이념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다. 자연히, 좌파 이념으로 무장하고 반미주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세력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나쁜 소문을 퍼뜨려 결집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으로선 인재군을 넓혀서 체계적 편향을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이 일에서 이내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박근혜 의원과 그녀 지지자들이다. 그들과 이 대통령 지지자들은 보완적이다. 이념에서 특히 그렇다. 아주 소원해진 두 세력이 화합하면, 정치적 위험들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고 자유주의 정책들을 펴기가 수월해질 터이다. 너무 일찍 위기를 맞은 현 정권에 이것보다 나은 처방은 생각하기 어렵다.
복거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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