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 건너간' 한·미FTA 비준…17대국회 무산 가능성

야권 "쇠고기 재협상 없이 논의 못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둘러싼 여야 간 의견 충돌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17대 국회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11일 한미FTA관련 당정협의를 갖고 비준안을 이번 임시국회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등 야3당은 "쇠고기 재협상 없이는 한미FTA 비준은 논의할 가치가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한미FTA 비준의 연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쇠고기 재협상을 FTA 비준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17대 국회 임기 중에 한미FTA 비준안이 여야합의로 처리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과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이 지금까지 의회에서 FTA 비준을 미뤄온 것이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 때문이었는데 우리가 이런 상태에서 덜렁 한미 FTA를 처리하면 쇠고기 재협상의 길이 막혀버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미FTA 청문회가 열리는 13일 원내대표단·통일외교통상위 위원 2차 연석회의와 '쇠고기협상 장관고시 유예 및 재협상 촉구 결의대회'를 국회 본청 앞에서 개최하고, 이날 야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연석회의도 열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 ▷헌법소원 및 장관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문제 등에 대한 야권 공조를 재확인하기로 했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 역시 재협상 문제가 풀려야 한미FTA 비준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쇠고기 문제와 한미FTA 분리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한나라당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야당의 '쇠고기·FTA' 연계 방침을 경제 발목잡기"라고 비난하고 나섰지만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다. 야3당의 국회의석이 과반을 넘는 상황에서 111여석에 불과한 한나라당 단독으로 FTA를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번 임시국회가 소집된 주된 목적이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인데 이 부분이 꽉 막혀서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도록 당정청이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재협상 없이도 가트(GATT) 규정 등에 의해 '위험 발생시 수입중단' 등을 할 수 있는데도 민주당이 재협상과 한미 FTA를 연계시키는 것은 결국 한미FTA를 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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