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광우병과 국민건강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광우병 관련 내용을 내보낸 뒤, 지난 일주일간 광우병 논란으로 전국이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합동회견을 시작으로 6일 오후 '제2차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설명회', 7일 오후 국회청문회, 8일 오전 한승수 국무총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과 관련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광우병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한림원은 8일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이란 주제의 원탁토론회를 개최하였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광우병 사태에 대한 전문가 입장'을 발표하여 학계 전문가들도 광우병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였다. 대한의사협회도 한국인이 사람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을 낼 수 없다고 최근 밝혔다.

지금까지의 논란의 핵심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에 대한 것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여부, 쇠고기 협상이 과연 한·미정상회담이나 FTA 등과 무관한 검역기술협의인지, 중요한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재협상은 가능한지 등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에 대해서는 과학기술한림원의 토론회와 KIST의 입장 발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이 되었으며, 설혹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되더라도 그 확률이 매우 낮고, 미국이나 한국의 통제시스템을 고려하면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이환되어 발병할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라는 전문가의 의견 개진(연세의대 신동천 교수)이 있었다.

지난달 1일 전북 김제에서 처음 발견된 후 호남, 충남, 영남으로 확산되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서울 광진구에서도 발생했다. 이번 AI로 살(殺)처분된 닭과 오리는 650만 마리로 2003-2004년 520만 마리를 이미 뛰어 넘었다.

만일 AI가 사람에게 전파된다면 어떤 피해를 몰고 올 것인지? 2003년 이후 동남아를 중심으로 14개국에서 379명이 발생해 그 중 63%인 239명이 사망했다. 우리 질병관리본부도 2005년 국내에서 AI가 사람에 감염되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면 100만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그 중 3만명이 죽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같은 시기에 동물과 인간에 공통적으로 감염(인수공통전염병)되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두 전염병(광우병, AI)으로 전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은 발병할 확률이 낮고, 특히 인간 광우병은 그 가능성이 무시할 정도로 낮지만, 발병하는 경우 거의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에 AI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발생하였고, 또 방역망을 뚫고 계속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며 종간(種間)장벽을 뛰어 넘어 많은 사람에게 감염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낮은(실제는 아주 높다) 치명률(현재까지 63%) 때문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새로운 전염병이 세계 도처에서 많이 발생되고 있으며, 언제, 어떤 경로로 국내에 전파되어 국민 건강을 위협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광우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괴담이 인터넷 등 정보매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됨으로써 초·중·고 학생들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 시위에 참여하게 되는 지나친 염려는, 아무리 정치적인 개입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상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은, 과도한 정치적 공방이나, 촛불시위 같은 방법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노력,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좋은 정책입안, 국민의 올바른 건강생활습관 및 건강행위가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상승적으로 작용할 때 유지, 증진될 수 있다.

김창윤 영남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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