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회의원과 야당총재 비서가 밀애를 나누려고 호텔방에 들어갔다. 남자는 팬티 차림이고 여자 비서는 슬립 차림이다. 막 밀회를 즐기려는 순간 그들은 시체를 발견한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다. 시체와 불륜, 땡땡이 친 의회를 동시에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제 관객과 배우는 손에 땀을 쥐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여당 의원의 부인과 비서의 다혈질 남편이 호텔에 나타나면서 롤러코스터는 작동을 시작한다. 여비서의 남편은 살기등등해서 날뛰고 눈치없는 웨이터는 우왕좌왕한다. 쉴 새 없이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노크소리 '똑똑', 문 닫는 소리 '쾅', 창틀 떨어지는 소리 '쿵'….
정신 차릴 틈이 없다. 소리가 날 때마다 배우들은 놀라고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쥔다. 소리는 주인공들에게 예기치 못한 위험이며, 관객들에게는 재미다.
위기가 속출하면서 임기응변이 계속된다. 시체를 여기서 저기로 숨기느라 배우들은 이문 저문을 열고 닫고,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관객들은 시종 웃음을 멈추지 않고 배우들은 땀에 젖는다.
'룸넘버 13'은 코미디 연극이다. 관객을 쉴 새 없이 웃기기 위해 배우들은 이른바 '속도전'을 펼친다. 이 '속도전 코미디'는 많은 인물과 상황이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흐름을 놓친다면 웃음은 잦아들 것이다.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알차고, 꼬인 상황을 풀어가는 재미는 쾌감을 준다.
'룸넘버 13' 대구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어'로 유명한 영국 작가 레이쿠니의 작품(원제 'Out Of Order')으로 1991년 영국 최고 권위의 로렌스올리비에상 베스트코미디상을 탔다. 대학로 최고 연출가로 평가받는 양혁철이 연출을 맡았다.
▶공연정보=6월 1일까지 하모니아 아트홀(옛 송죽극장) /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7시 / 일·공휴일 오후 3시, 6시 / 매주 월요일 및 13일(화)공연 없음. / R석 3만원, 일반석 2만5천원, 청소년 1만5천원. 053)254-7241.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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