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에서 1996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담장허물기 사업'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담장허물기 사업'은 도심 녹지 공간을 확보하고 이웃간에 서로 터놓고 지내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 동안 관공서 104개소, 주택·아파트 113개소, 상업시설 49개소, 보육·복지·종교시설 60개소, 공공·의료시설 16개소, 학교 18개소, 기타 2개소로 총 362개소, 17km의 담장을 허물고 수천㎡의 가로 공원을 조성하는 실적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전국 다른 시·도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2008년도에도 5억9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두고 있으며, 이제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승화해 가고 있다고 한다. 삭막해져가는 도시 공간에서 담장을 허물고 가로 공원을 조성하는 등 녹지 공간이 많아지는 일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런데, 담장 없는 학교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해 오는 경우가 많다. 학교 관리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범위의 활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일과 중 무단 출입 등을 제한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최선의 생활 지도를 해도 담장이 없으니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학교 밖으로 들고나곤 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불량 식품으로 인한 배탈, 차량 등으로 인한 안전 사고 등 수만 가지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들에 의한 어려움도 크다고 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공원화된 학교에서 휴식을 하거나,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주민 또는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고, 방뇨를 하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등을 비롯해서 기물을 파손하거나 훼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교도 시대 흐름에 따라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그래서 야간의 학교 관리는 용역 경비 업체의 직원이 맡아 하게 된다. 이들은 건물 내부 관리에 신경 쓰느라 건물 밖의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 가질 여유도 없다.
열정적인 경비 직원이 있어 건물 외부까지 관리를 강화하면, 과격한 청소년들에게 봉변을 당하거나, 보복성 기물 파손, 방화 등의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많다. 그러니, 건물 밖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는 채 해버리게 된다.
아름다운 학교 시설을 도시 녹지 공간으로 활용하고, 그 혜택을 시민 모두가 누리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들이 내 학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함께 아끼고, 지키고, 나눌 때 '담장 없는 학교'가 더 늘어날 것이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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