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쇠고기 파고를 넘는다] (중)한우 브랜드를 키워라

"가격보다 맛으로"…우리 입맛 잡으면 경쟁력 충분

▲ 지난 2월 문을 열고 성업 중인 군위군 효령면 성리
▲ 지난 2월 문을 열고 성업 중인 군위군 효령면 성리 '군위 이로운한우' 직판장.

마늘 집산지인 경북 의성에서 마늘소 250마리를 키우고 있는 박효발(56·의성군 안계면 교촌리)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질 좋은 한우라면 소비자들이 반드시 선택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1등급 판정 비율이 평균 90%에 가까울 정도로 고품질 한우를 키워내고 있는 박씨는 의성마늘소 작목반에 소속돼 있으면서 의성군과 의성축협 등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한우 사육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마늘소 관리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우수한 혈통의 소를 등록해 관리하면서 철저한 계획 교배를 통해 송아지를 생산하는 것을 비롯해 사육 단계별로 특수 배합사료를 먹이고, 거세 및 출하 시기 등을 엄격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58개 농가가 2천80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의성 마늘소'는 서울의 CS유통과 의성축협에 하루 20여마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일반 한우에 비해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경주는 '천년한우'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전국 최대 한우 사육지에 걸맞은 대표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송아지부터 계통으로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며 철저한 지도 관리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자는 것이다.

현재 경주에서만 5천여 농가가 '천년한우'를 사육, 기반조성도 마련된 상태. 지난해부터는 서울로 출하를 하고 있는데, 육질이 좋아 소비자들의 호응도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여서 경주축협이 최근 한우 유통팀까지 새로 만들었다.

최삼호 경주축협장은 "이미 쇠고기 시장 빗장이 열린 만큼 한우농가에서 생산한 쇠고기가 최우수 품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농가는 우수 한우를 생산하고 판매는 축협이 나서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주시에 '천년한우 프라자' 조성을 건의했다. 대형 판매시설과 대형 식당을 갖춘 천년한우 프라자를 만들면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함께 관광코스로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성 봉양의 한우농가 70여명은 지난해 연말 작목반을 구성하고 도리원에 한우직판장을 열었다. 군위의 '이로운한우' 작목반도 지난 2월부터 효령면 성리에 한우직판장 및 한우전문 식당을 열고 영업 중이다. 모두가 한우농가들이 직접 키운 소를 도축해 판매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군위 이로운한우 작목반의 식당은 대구와 구미 등 인근지역에서 연일 손님이 몰려들어 즐거운 비명이다. 군위 이로운한우 홍여흠 작목반장은 "순수 한우에다 등급 높은 고기만을 취급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면서 "수입 쇠고기에 맞서기 위해 문을 연 한우 직판장과 한우전문식당이 우리 한우산업을 지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 김홍길(48) 의성군 지부장은 "한우농민들이 직판장을 운영하면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수도권으로 집중되던 한우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한우소비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천 지보의 21개 한우농가는 1년6개월여 전에 이미 FTA에 따른 쇠고기 수입에 대처하기 위해 '참우마을' 직영 식당을 개설·운영해오고 있다. 생산자들이 직접 운영하고 시중에 비해 값싸게 공급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몰려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가을부터 구미 인동점을 시작으로 구미에 2곳, 대구에 팔공점 등 3곳, 안동·문경점, 경남 창원점을 비롯해 수도권에도 용인·수원·인천점 등을 개설하는 등 지금은 전국에 17곳으로 직영식당을 확대했다. 참우마을 운영위원회는 당초 한달에 20여두의 소를 도축할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한달 평균 100~120여두를 직판장과 식당을 통해 출하할 정도이다.

예천 참우마을 운영위원회 최병용 위원장은 "참우마을 직영식당이 자리를 잡자 이를 벤치마킹한 축산농가들의 직영식당이 잇따라 들어서기 시작해 경북지역에서만도 줄잡아 50~60여곳이 운영되고 있을 만큼 국내 한우농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돌파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미축협도 최고급 한우를 싼값에 공급하기 위해 구미 형곡동에 150평 규모의 식육점과 식당을 갖춘 한우직판장을 이달말쯤 연다.

경산지역 한우농가 21명도 한우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사료공급을 위해 영농조합법인 경산한우협회를 설립하고 조사료사업단을 조직했다.

울릉군 역시 지역 전통 한우인 칡소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 한우 사육농가를 지켜나간다는 계획으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60억원을 들여 칡소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한우협회 관계자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육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거품이 제거된 가격으로 공급하는 생산자 직영매장 운영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북도 FTA 농축산대책과 김주령 팀장은 "우리 한우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첫째 우량 송아지의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확보하고, 둘째 고급육 생산으로 쇠고기 맛을 차별화해야 하며, 셋째 유통과정을 투명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윤채·허영국·이희대·정창구·엄재진·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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