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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노트] 지역민은 구경꾼 되어버린 찻사발축제

문경 찻사발축제에 55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올해 경우 16개국의 도예인들이 참석해 국제 축제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축제장에 인파가 넘치면서 석탄박물관과 새재 생태공원 등 인근 관광지에도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70억원에 이르고 '관광 문경'의 브랜드가치 상승 등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축제가 성공했다고 자축하기에 앞서 냉정히 한번 짚어보자. 문제는 농촌과 도심상권, 지역주민들의 참여에 있다. 축제가 시작되면서 이내 "도자기에 너무 치우쳐 있다", "농도에서 농업을 홀대할 수 있나?", "축제로 인파가 빠져나가 도심 재래시장과 상권이 위축됐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축제 담당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지역 축제는 파급효과를 지역에 골고루 가도록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축제의 주인 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찻사발축제는 이 점에서 '반쪽짜리 성공 축제'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축제장에는 자원봉사자와 공무원들이 연일 땀을 흘렸지만 주인은 아니었다. 역시 축제장의 주인은 도예인들이었다. 축제장이 도예인들의 찻사발 판매장으로 변질됐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지역민들은 그저 값비싼 찻잔을 바라보는 구경꾼에 불과했다.

게다가 축제 추진위가 구성돼 있었지만 문경시가 모든 주역을 도맡았다. 각종 행사에는 공무원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동분서주 발품을 팔았다. 아직도 공무원들의 손발을 빌려야 축제를 할 수맀있다는 게 찻사발축제의 한계라는 평가다.

찻사발 축제가 국제규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관 주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민들이 준비과정에서부터 축제에 참여해 다양한 요구를 담아낼 때 뿌리부터 튼실한 축제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문경·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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