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사값 인상, 니트업계 꼬이네

최고 20%까지 올라…감량경영에 문닫는 곳 속출

▲ 올들어 원사값이 최고 20% 치솟아 대구경북 니트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가중되고 있다. 양말을 생산 수출하는 두하실업 작업장.
▲ 올들어 원사값이 최고 20% 치솟아 대구경북 니트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가중되고 있다. 양말을 생산 수출하는 두하실업 작업장.

2000년 양말을 연간 2천만 달러치 수출하던 두하실업. 그러나 실값이 오르고 중국 등 저가제품이 세계시장을 잠식하면서 작년 수출이 1천만 달러로 떨어졌다. 하청 업체 수도 120곳에서 60곳으로 50% 줄었다. 1천원짜리 양말 한 켤레를 수출하면 최소한 100원은 남아야 하지만 원가상승으로 50원도 못 남겨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 이 회사 홍정희 상무는 "원료값 인상 압박이 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일반 금융금리와 같아진 무역금융 금리라도 정책적으로 내려주면 수출업체의 숨통을 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니트 업계가 올 들어 면·화섬·나일론 등 원사값이 최고 20%까지 치솟으면서 조업을 중단하거나 단축 조업, 인력 감축 등의 감량 경영을 하고 있지만 불황을 이기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수출업체 경우 환율 상승 덕에 겨우 버티고 있지만 내수업체는 고사 직전 상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메탈릭(일명 반짝이) 니트 업계. 대구 20여개 업체 중 5, 6개 업체만 겨우 가동을 하고 나머지 업체는 아예 기계를 세워두고 있는 형편이다. 가격단가를 못 맞추고 주문 물량도 없기 때문. 보광니트 신장철 사장은 "수출 마진율이 5년 전에 비해 30% 선도 안된다"며 "품질 고급화와 판로 다양화로 겨우 헤쳐 나가는 정도"라고 했다.

내수 시장에 니트 T셔츠를 생산 공급하는 평화산업은 원료값 부담에 불경기까지 겹쳐 올 봄 제품 판매액이 작년의 절반 밖에 안됐다고 한다. 한창 여름제품을 생산해야할 요즘도 주문량이 별로 없어 공장가동률이 60~70% 선. 이 회사 김시영 사장은 "단가 인상을 해야 할 판에 거래처에서 옷값을 내려달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엔 120여 T셔츠 업체가 있으나 대부분 직원이 15~20명인 가내수공업 수준의 영세성을 탈피 못해 원료값 파동에 수시로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니트 업계 중 공장 규모가 가장 크다는 레이스 업체도 어려움은 마찬가지. 10여 업체가 있지만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몸집을 줄이는 감량경영을 서두르고 있다. 원단을 서울에 공급, 간접수출을 하는 레이스 업계인 칠곡에 위치한 삼영은 인상된 실값을 제품단가에 반영 못해 채산성이 악화되자 자구책으로 전체 인원 27명 중 5명을 줄였고 공장 가동률도 평상시의 50~60% 수준으로 내렸다고 한다.

대구경북니트조합 박병기 상무는 "니트업계 어려움은 개발도상국의 추격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원료인 실값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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