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부산 해운대에서 12일 사상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인된 데 이어 경산에서도 이날 토종닭 사육농장에서 AI의심신고가 또다시 접수됐다. 지난 4월 전북 김제에서 첫 발생한 이후 한달 열흘만에 제주도를 뺀 전국이 AI에 노출된 것. 이에 따라 AI가 통상 2~3개월에 끝났던 과거와 달리 장기화, 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국이 AI 대란
경북도는 12일 경산 갑제동 이모(49)씨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는 토종닭 2천500여 마리가 최근 집단폐사해 간이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으로 나타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도내에서 대규모 사육농장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된 것은 처음이다. 1만4천700마리를 사육 중인 이 농장에서는 지난 9일 10마리가 죽어 간이검사를 했으나 호흡기 질환과 음성반응을 보였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이 농장의 출입구를 폐쇄하고 소독을 강화하는 한편 이르면 이번 주 내에 나올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사 결과에 따른 살처분 준비(3km 내 10농가 12만5천200여마리 사육)에 나서고 있다. 또 도민 체전 연기에 이어 각 시군에 다중집합 행사 자제를 권고하고 지난 6일 H5 항원이 확인된 경주, 영천, 경산 등 발생이 우려되는 농가에 대해서는 전담방역관을 지정, 3km 이내에 있는 농장은 1일 1회 이상 예찰과 소독, 간이분변검사를 실시하도록 조치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전국에서 고병원성 판정을 받은 사례는 40건에 이르러 2003년 19건, 2006년 7건과 비교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살처분 수도 2003년과 2006년 각각 530만마리, 280만마리였으나 올해는 벌써 700만마리가 넘어 보상금만 55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내다보고 있다.
◆초기 소극적 대응, 재래시장 방치
이에 따라 정부의 AI 초기 방역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태가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초 김제에서 AI가 터지자 발생 지점 500m만 먼저 살처분하고, 추가 발생 상황을 확인한 뒤 살처분 범위를 3㎞로 넓히는 방식을 상당 기간 유지했다. 기본적으로 3㎞안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했던 2006~2007년에 비해 소극적 초기 대응을 택한 것이다. 처음부터 보다 공격적으로 3㎞내 살처분에 나섰다면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발생 초기 전국 83개 재래시장, 282개 5일장과 이곳을 드나드는 소규모 수송 차량 등에 대한 방역을 놓쳐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많다. 최초 발생일로부터 한 달 가까이 잠복기가 최장 20여일에 이르는 오리 등이 재래시장에서 자유롭게 팔리고 이를 실은 소형 트럭들이 농장과 가든형 식당(닭·오리 등을 직접 길러 식재료로 사용하는 식당) 등을 휘젓고 다니도록 내버려뒀다는 것.
특히 경북 영천, 대구 수성구, 서울 광진·송파구, 강원 춘천의 AI는 모두 재래시장에서 오염된 닭·오리·꿩 등을 구입하거나 영세수집상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입증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 말에서야 5일장에서 닭·오리 등 가금류를 거래하지 못하게 하고, 상설 재래시장 등을 드나드는 500여대의 소규모 수송차량에 대해서는 도축장 등의 소독시설을 이용해 반드시 한 주에 1~2차례 소독하고 필증을 받도록 했다.
◆방역 허술하면 장기화 불가피
대개 겨울에 발생, 봄과 함께 3월께 진정됐던 예년의 경우와 달리 올해 AI는 4월초에 터져 5월 중순까지 이어져 AI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유입된 바이러스가 기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과 전혀 달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마찬가지로 AI가 연중 상시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의 장기화를 결정하는 요인은 AI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아니라, 각 나라의 검역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동남아 지역과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의 기본적 성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동남아 나라들의 경우 닭 등을 놓아 기르는데다 신고율이 낮고, 방역 수준이 낮아 발생이 끊이지 않고 인체 감염 확률도 높아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바꿔말하면 우리나라도 재래시장 등에 대한 가금류 판매를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못할 경우 항상 AI가 창궐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이 지난달 전국 고기용 오리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상시 점검' 차원에서 AI 일제 혈청 조사를 진행한 뒤 벌써 부산 강저 대저동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된 것은 이같은 위험을 뒷받침한다. 현재 방역당국은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가 유전자 특성상 예년과 같은 '칭하이 그룹'의 것인지 조사하는 동시에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샘플을 보내 인간 감염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의뢰해놓고 있다.
이상헌기자 daai@msnet.co.kr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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