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0자 읽기]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김정한 지음/북갤러리 엮음

'기억보다 망각이 앞서면 널 잊을 수 있을까/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려도 널 내려놓을 수 있을까/ 네 이름 석자만 떠올려도 심장의 울림이 기적소리 같은데 널 지우개로 지우듯 지울 수 있을까/ 눈물이 마르고 심장소리 멈추면 널 정말 잊을 수 있을까/ 일생을 참 슬프게 사는 꽃 상사화처럼, 보고 싶은 그리움을 견디다 견디다 꽃으로 피어나는 상사화처럼 너와 나의 사랑도 그럴지도 몰라/ 아! 아직도 사랑할 시간이 너무 많은데 우린'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중에서.

사랑의 애잔함을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시인 김정한이 다섯번째 시집을 냈다. 사랑의 아픔을 뛰어넘어 '그리움'으로 치닫는 사랑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누구나 한번쯤 앓는 감기처럼 흔들리고, 아파하고, 방황하는 사랑이 봄비처럼 촉촉히 가슴을 적신다. 142쪽, 6천원.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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