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일곱시 OOO에서 기다리겠어요.'
쪽지를 받은 저우자오루는 가정 있는 남자다. 쪽지를 보낸 화나이칭은 저우자오루의 부하 직원이다. 그녀 역시 가정이 있다. 두 사람은 회사 밖에서 만난다.
저우자오루 "이러면… 안 되는데."
나이칭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말해봐요." 그녀는 거침없다.
저우자오루 "우리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야…."
나이칭 "가정은 안전해요. 그렇게 쉽게 무너진다면 정말 좋게요. 울상 지을 것 없어요." 두 사람은 키스한다.
저우자오루가 집에 갔을 때 아내는 헐렁한 잠옷을 걸치고 있었다. 창백하고 늙은 얼굴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는 그에게 커피를 끓여주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탁탁 바닥 치는 슬리퍼 소리가 마치 뺨을 때리는 소리 같았다. 저우자오루는 자신의 비열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그는 화장실로 뛰어간다. (아마 토했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배반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는 부도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여자에게 끌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났다.) 저우자오루는 불륜이 더 진전돼 자기가 이루어 놓은 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는 불륜을 중단하는 대신 감추기로 했다. 저우자오루는 죄책감 속에서 나이칭을 또 만났다.
(시간이 지났다.) 나이칭의 남편이 저우자오루를 찾아와 '가정이 위험하다' '이혼하자고 한다' 며 '직장 상사인 당신이 도와달라'고 말하다. 남자는 아내에게 이전에 다른 남자가 있었고, 지금도 다른 남자가 있는 듯 하다고 말한다. 그는 아내의 상대가 저우자오루라는 사실을 모른다.
저우자오루는 나이칭의 남편에게 연민을, 나이칭에게 분노를, 그리고 부원장 승진을 앞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꼈다. 나이칭과 관계가 드러난다면 승진은 물론이고, 여태 쌓아온 업적도 무너질 것이다. 그는 여자와 헤어지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야'라고 되뇌면서도 좀처럼 말하지 못한다. 나이칭은 "나는 욕심이 많은 여자예요. 남편과 이혼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저우자오루는 승진하고 싶은 욕망, 아내에 대한 가책, 더욱 밀착해오는 나이칭에 대한 불안으로 고심한다. 그는 거칠게 선언한다.
"그만 만나!"
나이칭은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잠시 후 나이칭은 차갑게 말한다.
"승진을 축하해요!" "벼락 출세를 축하해요!"
나이칭은 승진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저우자오루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우자오루는 여자가 보복할까 걱정한다. 그러나 여자는 주위를 맴돌 뿐이다. 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문득 여자가 찾아온다.
"당신은 내 거야."
저우자오루는 상황을 정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부원장으로 승진했다. 부원장 취임 연설 때 가장 크게 박수를 친 사람은 나이칭이었다. 막 승진한 저우자오루의 얼굴에 우울한 그림자가 스쳤다.
소설은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저우자오루는 화나이칭의 남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나이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칠 것이다. 나이칭이 끝내 놓아주지 않는다면, 그래서 가정이 위협받는다면 저우자오루는 아무도 몰래 나이칭을 살해할지도 모른다. 아내보다 화나이칭이 훨씬 젊고, 지적이지만 의미 없다.
저우자오루가 젊고 아름다운 정부(情婦)를 두고도 늙고 펑퍼짐한 아내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다'라고 했는데 여기서도 도움이 될 듯하다.
남자가 예쁜 정부 대신 못난 아내와 함께 사는 것은 자비심에서 기인한다기보다 그것이 득이기때문일 것이다. 이기심은 자비심보다 강하다. 그래서 양귀비처럼 매력적인 여자라도 다른 여자의 남편을 빼앗기는 무척 힘들다.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당신 아내보다 내가 어디가 모자라!'라는 식의 다그침은 남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평범한 중년 남자가 이혼하는 것은 대체로 다른 이유 때문이다. 정부와 살기 위해 아내를 버리는 남자는 극히 드물다. 남편들은 애인을 붙잡기 위해 아내를 버릴 만큼 어리석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자기영역(가정, 지위, 명예 등)'을 지키려는 남성의 욕구는 짐작보다 훨씬 강하다.
일본의 인기 작가 유이카와 케이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가 정부를 선택하기 위해 아내를 버리는 경우는 두 가지뿐이다. 남자가 무척 멍청하거나 정부가 돈이 아주 많은 경우.' 작가는 "유부남이 처자식을 버리고 온다면 쳐다볼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때문에 처자식을 버릴 정도로 멍청하거나 차갑다면 가치 있는 남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작가는 여성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이낙연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은 이재명 아닌 다른 인물 후보로 내야"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