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기업의 성장과 직원의 발전

1700년대 말 영국은 호주를 유형지로 정하고, 죄수들을 호주에 보내는 정책을 시행한 적이 있다. (일부 사람들이 호주를 범죄인의 나라로 오해하는데, 당시 호주로 보내진 죄수들은 주로 정치범들이었다. 급진적인 사상으로 정치범으로 몰려 유배된 이들은 호주에서 매우 진보적인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고 여성들에 대한 사회복지제도를 일찍이 만든 나라가 호주이다.)

그런데 런던에서 1천명의 죄수를 태우고 출항을 하여 시드니에 도착하면 100명밖에 남지 않았다. 영국의 런던과 호주 시드니가 너무 멀고 가는 길이 험한 탓에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이러한 스트레스 속에 죄수들의 말세적인 비관론이 겹쳐 도중에 서로 싸우고, 죽임으로써 90%가량은 살아남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영국 내 비난이 거세게 일자 영국 정부는 죄수 수송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였다. 그랬더니 1천명 중 900명이 시드니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다고 죄수들이 크게 달라졌거나, 수송선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영국 정부는 운송업자와 계약조건만을 바꾸었다. 종전에는 런던에서 태우는 사람의 숫자에 따라 수송비를 지급하였는데, 이를 시드니에 도착하는 숫자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계약조건을 수정한 것이다. 그러니 운송업자들은 한명이라도 더 시드니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려고 운송도중 발생하는 사고들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다음에는 구소련의 택시 운전사 이야기 하나를 더 하자. 당시 모스크바에서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택시 대수도 부족한데다가 대부분의 택시 운전기사들이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보드카를 마시며 노닥거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택시 운전기사의 봉급은 고정급이어서 굳이 손님을 찾아다니며 태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게으름이 문제가 되자 모스크바시는 택시 운전기사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닐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랬더니 주변 고속도로에 모든 택시들이 나와서 빈 택시 상태로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모스크바 시내에서 택시를 잡기 힘든 것은 여전하였다. 모스크바시가 택시기사의 봉급산정 기준을 고정급에서 주행거리로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기사들은 손님을 길에 버려둔 채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고속도로를 빈 차로 질주하는 것이었다.

이 두 일화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데 각기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공통점은 인센티브는 사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출발하는 사람보다 도착하는 사람 숫자로 인센티브시스템을 바꾸니 더 많은 사람들이 무사히 도착하도록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기사 봉급을 고정급제로 지급하면 움직이지 않다가 주행거리 비례제로 바꾸니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속력으로 뛰는 것이다.

그렇기에 경영에서 중요한 원칙은 기업이 전략에 따라 사람을 움직이려면 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있게 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임직원들은 기업을 위해서 일하여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효용(기쁨)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움직인다고 가정하고 있다.

상식적인 기대와 경제 이론이 모순되는 것이다. 이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인센티브시스템이다. 즉 기업의 성장 방향과 임직원 개개인의 발전 방향이 일치되도록 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인센티브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택시의 경우처럼 잘못된 인센티브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엉뚱한 행동을 유발하게 한다. 택시기사의 봉급을 주행거리가 아닌 한달 수입액에 비례하도록 해야 손님을 태우려는 노력이 나타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바른 인센티브시스템은 구성원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집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이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인센티브에는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질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구성원 간의 협력과 인화, 윤리 등이 그것이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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