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高물가시대, PB상품이 웃는다

▲ 유통업체가 직접 자사 상표를 붙여 파는 PB상품 판매가 올들어 급신장하고 있다. 물가 폭등세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싼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동아백화점·동아마트의 자체상표 브랜드 우유.
▲ 유통업체가 직접 자사 상표를 붙여 파는 PB상품 판매가 올들어 급신장하고 있다. 물가 폭등세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싼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동아백화점·동아마트의 자체상표 브랜드 우유.

물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여만에 4%대에 진입한데 이어 같은달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외환위기 이후 10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여만에 4%대에 진입한 데 이어 생산자물가도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9.7%나 올라버린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2, 3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 몇달뒤에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가계엔 비상이 걸렸고, 주부들은 이제 생각하고 있다. 물건 사는 습관을 바꾸자고.

이런 세태를 반영해 유통업체들이 자체 상표를 붙여 내놓은 이른바 PB상품(Private Brand goods)이 올들어 날개돋힌듯 팔려나가고 있다. 값이 싼데다 기존 제조업체 브랜드(NB·National Brand) 제품과 특별한 품질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잘 팔리나?

이마트가 대구시내 8개점의 자체브랜드 상품(이마트는 PL상품으로 호칭) 판매량을 집계해본 결과, 올 1/4분기 PL상품 판매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75.6%나 급등했다. PL상품은 물가 상승세가 심각해진 지난해말부터 판매량이 급신장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4/4분기 경우 전년 같은 시기 대비 판매증가율이 39.0%였다.

이마트는 지난해 4/4분기 대구시내 8개 점포에 갖다 놓은 물건 가운데 11.1%를 PL상품으로 채웠으나 올들어서는 12.3%로 높였다.

이마트는 향후 PL 상품비율을 더 올려 2010년엔 전체 매출액 중 PL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23%까지 끌어올린 뒤 2017년에는 구성비를 30%대까지 상향시킬 방침이다.

2001년 PB상품을 처음으로 선보였던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적으로 1만가지에 이르는 PB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해말 PB상품의 매출이 전국 평균적으로 20%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물가상승폭이 컸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전체 매출의 22%를 돌파하면서 올들어 PB상품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말까지 전체 상품 중 PB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25%까지 올릴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물가 상승세가 커진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5개월 동안에만 1천여종의 PB신제품을 선보였다.

동아백화점·동아마트도 올들어 4월까지 자체상표 브랜드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2.4%나 늘었다.

◆왜 잘 팔리나?

뭐니뭐니해도 가격이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이마트가 내놓은 자료(표 참조)를 보면, 이마트 햄은 1kg에 5천600원으로 같은 용량의 동원 햄(7천100원)보다 1천500원이나 더 싸다. 이마트 왕후의 밥(210g X 4)은 2천780원으로 CJ햇반(210 X3·3천650원·4개짜리 환산가격 4천860원)보다 2천80원이나 저렴하다.

이마트 우유 1천㎖짜리는 1천280원으로 서울우유 1천㎖짜리(1천750원)보다 470원이 더 싸다.

유통업체들은 자체 상표를 쓰면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과 달리 물류비·인건비 등 제반 중간 비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검증되고 잠재성이 있는 기업에 하청을 줘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품질도 좋다는 것.

동아백화점 황보성 홍보팀 과장은 "동아백화점·동아마트에서 판매하는 고춧가루 PB상품을 예로 들어보면 '동아'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가기 때문에 경북도내에서 가장 좋은 고추를 엄선해 선택, 품질 관리까지 더 엄격하게한다"며 "일부 식품PB상품은 좋은 원재료를 써야하기 때문에 유통업체로서는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한편 유통업체들은 식품·의류 위주의 PB상품에서 최근엔 가전제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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