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체전 개막식 행사를 대신해 '영천시민 위안 행사'를 연다더니 그마저 취소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겠습니까."
제46회 경북도민체육대회의 무기한 연기로 지난 1년 동안 도민체전을 준비했던 영천시민과 공무원, 체육 관계자들이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영천시민들에게 이번 체전은 단순한 체육대회 이상의 의미가 담긴 행사였기 때문이다.
영천에서는 각종 불법선거 수사로 시장과 국회의원의 잇따른 낙마와 재보궐선거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지난해 재선과 관련한 불미스런 사건도 있었는데다 심지어 조류 인플루엔자(AI)마저 비켜가지 못했다. 도민체전으로 이 모든 것을 한방에 날려 버리고 영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시민들은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영천시민들의 바람은 AI 확산을 이유로 도민체전이 무산되면서 좌절되었다. 영천시는 지난 9일 도청에서 열린 'AI 확산에 따른 경북도민체전 개최 여부 회의'에서 "제발 연기만은 말아달라"며 간곡하게 요청했으나 대회 참가자들의 "AI에 감염된다면 책임을 지겠느냐"는 논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영천시 관계자는 "사실상 도가 무기 연기 방침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절차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 영천시의원은 "도민들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경북지역에서는 AI 파장이 수그러드는 상황이었고, 조심을 하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체전 연기로 영천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도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하게 고려했어야 했다"고 일방적인 연기를 비난했다.
영천시는 재정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었다. 시가지 포장을 비롯한 환경정비사업 등 굵직한 사업비를 제외하고도 순수 체전 운영비에 30억원이 넘는 예산을 이미 지출했다. 원더걸스와 설운도 남진 최석준 등 인기가수와의 공연계약 비용이 공중분해될 처지이다. 상가들은 체전특수를 노려 수백명분의 식자재를 미리 구입하거나 주문을 마쳤고 인력도 확보해 둔 터라 이래저래 손해를 감수해야 할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영천시민들의 아쉬움과 허탈감을 잘 알고 있다"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빠른 시일내에 영천에서 도민체전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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