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53가구 모자 148명 거주 서구 소망모자원

지금은 힘들지만 내일의 파랑새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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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수업 대신 우리 아파트에서는 '꿈나무 공부방'을 열어요. 돈은 조금 모자라도 꿈은 전혀 모자라지 않답니다." 소망모자원에서 주 4회 열리는 공부방에 아이들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세방골 지하차도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꺾어요, 그러고 딱 보면 '소망아파트 300m'라는 푯말이 보여요, 그쪽으로 길이 하나밖에 없어요, 쭉 올라오면 돼요."

13일 오후 아픈 그 사람을 찾아 소망모자원-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그곳-을 찾았다. 와룡산 자락 중턱에 자리 잡은 건물은 영락없이 돈깨나 번다는 이들의 아지트처럼 보였다. 대구시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당이었다. 소망모자원 건물은 그래서 더 튼튼해 보였다. 단기방학이라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두 동의 건물엔 적막감이 흘렀다. 80명 가까운 15세 미만 아이들이 있는 곳치고는 상당히 깨끗하고 조용했다.

똘똘해 보이는 여자아이 하나를 붙잡았다. "여기 사무실이 어디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꼬마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덩치 좋은 남자 하나가 떡 버티고 섰다가 고개를 꾸벅했다. 걸쭉한 사투리로 길을 안내했던 사무국장이었다. 사무국장은 아프다고 얘기했던 '그 사람'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 듣고 나니 '그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A(44·여)씨는 아들이 등굣길에 우째 자빠졌는지 뇌출혈이 나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지난달에 다쳤는데 수술은 잘 됐다더군요. 이 집은 좀 있으면 5년째라 곧 나가야 되는데 모아둔 돈도 없어요. 병원비가 200만∼300만원은 나오지 싶은데 큰일입니다. 아이 병시중 든다고 A씨는 일도 못했거든요."

주섬주섬 리스트를 뒤적이던 그는 "B(40·여)씨도 아픈데, 여기도 급하긴 급하다. 식당일 하다가 퇴근하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8개월 동안 입원했었는데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후유증 때문에 말도 제대로 안 되고 걸음걸이도 어색해요. 딸내미가 실해서 학교에서 인정받고 있답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지 싶은데 집에서 못 밀어주니까 너무 딱해요."

그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C(45·여)씨 큰딸이 학교 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데 얘네 집은 엄마가 아픈 내색을 안해요. 원래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많이 못 움직이는 걸 아이들한테 안 보이려고 했답니다. 애들이 기죽을까봐."

한참을 설명한 뒤 그가 내린 결론은 "모두 다 도와줄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기초생활수급대상 가구가 80% 이상이며 나머지 20%도 저소득층 모자가정이기에 혹시 누군가 큰 병이나 불의의 사고라도 당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 모자원은 결연을 하여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장기 후원자가 필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도와 달라고 손만 내밀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몸이 너무 아파 어쩔 수 없이 쉬는 경우 외에는 일을 하러 나가라고 독려합니다. 자신들도 그러려고 하고요."

53가구의 모자가정, 148명이 살고 있는 대구 서구 소망모자원. 이곳에 입소하는 모자가정은 자립기간으로 3년간 머무를 수 있다. 사정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장 가능하며 최대 2회까지 가능하다. 5년을 꽉 채워 머무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에게 소중한 안식처인 모자원도 궁극적으로는 떠나야 할 곳. 복도형 아파트형 구조로 한 집당 30㎡가 채 안 되는 규모지만 적게는 2명, 많게는 5명이 함께 산다. 모자원 이용에 비용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퇴소할 때인 5년 뒤에도 재산을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았을 즈음이면 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빚을 떠안고 오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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