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돌보기 버거운 장애 학생들의 친구가 된 선생님이 있다. 소문난 울보쟁이도 이 선생님 앞에선 웃음을 되찾았고 글씨를 전혀 못 쓸 거라고 여겼던 아이들도 선생님을 만나 글을 깨우쳤다. 대구광명학교 김상선(44·여) 교사.
한때는 특수교사에 대한 회의가 심했다는 김 교사는 지금도 그런 감정이 진행형인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즐거움과 보람이 그녀를 단단히 잡아매고 있다. 김 교사는 "이젠 마음을 다잡고 사소한 것에 신경 쓰다 보니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기쁘다"고 했다.
1987년 그녀는 대구대 특수교육과를 나왔지만 젊었을 때는 특수교사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김 교사는 "경력 5년이 될 때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그냥 교사라고만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교단에 선 지 10년이 됐을 때도 '왜 특수교사를 했을까'라는 후회가 많았다. "일반 학교에 비해 특수학교에선 사랑이 일방적일 수밖에 없어요. 사랑이란 것이 주면 받는다고 생각했죠. 열정을 다해 가르치면 그 학생이 그것을 기억하고 응용해야 하는데 특수학교에선 그렇지 못하죠. 그러다 보니 지치게 되죠." 한달 내내 1에서 5까지 숫자를 가르쳤는데 방학이 지나고 물으면 한개도 기억 못할 때 속에서 '욱'하는 울분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사건이 있었다. "교단에 선 지 10년쯤 됐을 때였어요. 가르치던 학생 중에 심장 기형을 앓던 학생이 수술 후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나버렸죠. 다운증후군에 걸린 그 학생은 수업시간에 엄마가 붙어다닐 정도였죠.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려요." 김 교사는 그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교실 문을 잠그고 혼자서 펑펑 울었다. 그 사건은 그녀의 교육철학을 바꿨다. 학생들에게 하나를 더 가르치는 것보다 작은 사랑이라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전까지는 오로지 수업에 대해서 집착을 하다 학생들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후로 학생들의 정서나 건강에 많이 신경을 썼어요."
교육방법도 확 바꾸었다. 버스 타는 체험이나 쓰레기 분리수거법, 슈퍼마켓에서 상품 구입법 등 현장 중심의 체험학습에 중점을 뒀다. 김 교사는 "일주일에 한차례는 체험학습을 가지면서 학생들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가르쳐줬다"고 했다.
학년 구별 없이 획일화되어 있던 장애학생 대상 교재들을 다른 교사들과 팀을 이뤄 학년별로 세분화해 체계화했다.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들마다 워낙 수준이 달라 그 전까지 세분화가 어려웠죠. 온갖 교재와 자료를 참고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하루나 월 단위의 계획표나 진도표 등을 만들어 웹상에 프로그램화한 거죠."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 때문인지 지난해 5월 교육부 주관의 '으뜸교사상'을 받았다.
그녀가 생각하는 스승상(像)은 무엇일까. 바로 '사랑'이다. "특수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좋다는 곳은 다 다녀본 뒤 포기하는 심정으로 아이를 보내죠. 그런 부모에겐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 사랑으로 대해주는 교사가 최고죠. 이는 일반 학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혼을 낼 때도 사랑이 담겨있으면 학생들은 그런 마음을 알고 따른다는 것.
김 교사는 "아직도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 기분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며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다가도 아이들이 마음대로 잘 안 따라주면 화가 울컥 치밀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동료 교사들과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넋두리를 곧잘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서 연말에 학부모가 보내는 감사의 편지들을 마음에 새기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매년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김 교사에겐 그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연례 행사지만 스승의 날이 있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요. 학생들에게 어떤 점이 소홀했고 잘못했는지를 반성해보는 시간이 되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이낙연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은 이재명 아닌 다른 인물 후보로 내야"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