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이를 안 닦으려 해요. 이가 상하지 않을까 너무 걱정돼요."
어린 자녀의 이를 닦일 때마다 전투가 벌어진다. 안 닦으려 하거나 직접 닦는다고 우기며 대충 닦기 일쑤다. 싸우든, 달래든 반드시 이는 닦여야 한다. 이 시기에 유치(젖니)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이가 일찍 상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영구치가 날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심각한 치열 이상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치는 생후 6개월쯤부터 아래쪽 앞니부터 나기 시작해 3세쯤에 거의 다 나온다. 유치는 영구치가 나올 때까지 치아의 기본적인 기능을 하게 되는데, 영구치가 날 공간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유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경계 대상 1호, 치아우식(충치)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치아우식을 막는 것이다. 치아우식은 치아 표면에 음식물이 붙고 세균이 번식하면서 생긴 산에 의해 치아 내 칼슘 및 인 등 무기질이 빠져나가는 과정이다. 때문에 세균들이 번식하기 전에 음식물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고, 음식 섭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설탕이 많이 든 음식, 치아에 잘 들러붙는 음식일수록 치아우식 발생 가능성이 높다. 특히 먹는 양보다 먹는 횟수가 잦을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초콜릿, 사탕, 탄산음료 등 치아에 잘 달라붙거나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음식 대신 치즈나 멸치, 견과류, 우유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치아우식 예방에 좋다.
특히 치아우식을 막기 위해선 우유병우식증을 경계해야 하는데, 위쪽 앞니가 나오면 밤중 수유를 중단해야 한다. 우유, 이유식, 과일 주스 등이 든 우유병이나 단물에 적신 고무 젖꼭지 등을 물고 잠들게 해선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면 물이 든 우유병이나 아무것도 적시지 않은 고무 젖꼭지를 물리는 게 좋다. 우유병우식증은 위쪽 앞니가 잇몸 가까이에서부터 누렇게 변하면서 급속하게 진행, 결국 치아의 뿌리밖에 남지 않게 되는 증상이다.
◆칫솔질, 반드시 해야 한다
유아의 경우 칫솔질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칫솔질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애를 먹기 일쑤다. 이 경우 목소리를 높여 강제로 시도하면 자칫 칫솔질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가능한 달래서 칫솔질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대화가 안 되는 유아라면 칫솔질을 시켜주는 동안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준다든지 텔레비전을 보게 해 주위를 분산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경우엔 칫솔질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칫솔질은 유아의 경우 아이의 머리를 엄마 무릎에 누이고 칫솔에 물만 살짝 적셔 위쪽 어금니부터 안팎으로 부드럽게 문질러준 뒤 앞니를 닦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래 치아도 마찬가지다. 칫솔 사용이 힘든 경우 깨끗한 거즈로 치아를 닦아 내도 괜찮다. 만 2살 정도 되면 아이가 직접 칫솔질을 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 경우엔 스스로 양치를 하게 하고, 제대로 못하더라도 칭찬을 아끼지 말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 올바른 칫솔질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신 칫솔질을 위해 사탕이나 초콜릿 등 다른 음식물을 '보상'으로 줘선 절대 안 된다.
◆치과는 언제쯤 가야하나
보통 생후 6개월 정도 되면 유치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의들은 태어난 뒤 6~12개월쯤 되면 치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후 최소 6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충치, 치아 발육, 치열 및 구강 내 상태 등을 검사하고 예방·치료할 것을 권한다. 충치가 생기기 전에 할 수 있는 예방법은 불소도포와 치면열구전색이 있다. 불소도포는 치아 표면에 불소를 칠해 세균이 붙지 못하게 하고, 세균이 만들어내는 산에도 잘 견디게 하는 등 우식에 강한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불소도포는 3~6개월에 한 번씩 해주면 효과적인데, 치아가 날 때부터 해 주면 좋다. 치면열구전색은 어금니의 홈을 메우는 것으로, 음식물이 끼여 치아우식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만 6세 때 제1대구치(어금니)가 나오면 치면열구전색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남순현 경북대병원 소아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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