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자:
-김정옥 대구가톨릭대 생활복지주거학과 교수
-최준호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원
-장흔성 제3거점구미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소장
-조자근 경북도 다문화 담당
-티하이엔 베트남여성문화센터(VWCC) 상담사
▨ 사회 : 박병선 매일신문 사회1부장
사회: 우리는 지금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외국 출신들을 출신국으로 나누고 차별적인 대우와 사시적인 시선으로 봐왔던 게 사실이다. 진정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려면 우리 의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김정옥 : 개념 정의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문화다원주의는 미국처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주류 문화가 존재하는 것을 뜻하고 다문화주의는 주류 문화가 없고 다양한 문화가 대등하게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 혈통이 국민의식 속에 남아 있어 문화다원주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을 것 같다.
▷최준호 :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6·25 등 우리 사회가 근대화를 겪는 과정에서 생긴 부정적 산물이다. 때문에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려면 편견부터 없애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다문화가정 2세들에 대한 문제 역시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학습해야 한다.
▷장흔성 : 단일민족이란 의식도 문제지만 외국인에 대한 이중 잣대가 더 심각하다. 국가의 경제력 차이에 따라 이들은 한국에서 또 다른 차별을 받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은 순수한데 어른들이 이들에 대해 편견이 심하다. 청소년 교육도 중요하지만 기성세대의 인식 전환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야겠다.
▷조자근 : 현장을 둘러보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다문화를 이루는 대부분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경제적 자립도를 키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
▷티하이엔 : 한국사람들이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고 있다. 버스를 타고 베트남말로 통화를 하면 아직도 대뜸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전화를 끊으라고 한다. 미국 사람이 버스에서 영어로 통화했어도 그렇게 했을까?
사회자: 최근들어 정부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다문화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방향성은 제대로 잡고 있는가?
▷김정옥 : 다문화 정책에서 우리것만 주입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대로 가면 다문화가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가 없다.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출신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은 돈을 주고 사 온 노동자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한국의 미래에 소중한 인적 자원으로서 그들의 잠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장흔성 : 정책과 현장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다. 여성, 노동, 가족 등 부문별로 원활한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긴밀한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전국 최고의 다문화 정책을 편다는 경북도조차도 전담부서 하나 없다.
▷최준호 : 다문화 정책을 여성가족부가 주도하면서 인권차원으로 너무 몰고 간 경향이 짙다. 지금까지 어떻게 함께 어울려 인적자원으로 활용하고 자립심을 키워줄지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었다. 경북도가 가장 모범적이다. 경북도는 생활지원에서부터 인권 문제 등 다분야에 있어 폭넓은 정책을 폈고 지금 열매를 수확중이다. 경북도와 경북교육청이 MOU를 체결하고 다문화정책에 대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티하이엔 : 기관들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 한국어 강좌를 할 때 각 나라 결혼이주여성들을 다 모은 후 한국인 강사가 강의를 한다. 과연 그 여성들이 몇 퍼센트나 이해하고 갈까? 모으는 데만 열중한다. 무엇보다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으로 시집오기 전에 한국의 언어, 예절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 : 갈수록 다문화가정 2세들의 교육문제가 어려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머니가 한국어를 못하는데다 교육여건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우리 사회 현실에서 과연 그들을 바르게 키울 수 있을지 우려들이 많다.
▷최준호 : 유치원,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을 중점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이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을 일선에서 돌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시골 초등학교를 지자체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을 미리 준비된 학부모로 교육시키는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김정옥 : 상급생이 멘토 역할을 하면서 다문화가정 2세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역공동체안에서도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수적이다. 다문화가정 2세들도 엄연히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성장하고 중요한 인적자원이기 때문이다.
▷장흔성 : 다문화가정 2세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중언어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타고 났다. 그런데 가족들이나 사회가 엄마들에게 그 나라 말을 못하게 하고 가르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이런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들을 캐나다처럼 이중언어 프로그램과 같이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한국인이 아닌 아시아인으로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티하이엔 :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 둘이 있다. 처음에 시댁 식구들은 베트남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척 후회가 된다. 외국어 하나를 잘하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장점이 되는 시절인가. 얼마 전부터 아이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쳐 주는데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졌다. 친구들이 베트남어를 배우려고 아이와 함께 집에 자주 들르기도 한다.
▷조자근 : 앞으로 농촌을 지킬 사람들은 다문화가정 2세들이다. 정책 당국에서 20년 후의 한국 농촌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농민사관학교 등을 만들어 농업 CEO 등으로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회: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다문화가정의 노력도 중요한데?
▷김정옥 : 우리 모두는 다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이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색깔과 냄새를 살려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 서로가 섞여 '윈-윈' 할 수 있도록 각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다문화에 대한 통합적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장흔성 : 이주민지원센터나 특정 단체만으론 다문화 정책을 이끌어가기란 불가능하다. 다문화 정책을 부분으로 나눠서 정책을 펴야 한다. 폭넓은 정책으로 각 기관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기관과 단체들은 다문화가정에 대해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고 막연한 기대감을 주는 전시행정은 지양해야 한다. 청송군처럼 다문화가정에 직접 금전 지원을 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최준호 :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경주의 결혼이주여성들은 1년에 경주엑스포를 무려 다섯 번이나 관람했다. 각 기관과 단체들이 실적을 위해 정보 공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문제는 나라가 무조건적인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티하이엔 : 한국 사회와 한국인들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왜 이억만리 낯선 한국땅을 밟았는지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줬으면 한다. 이들은 한국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키우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은 희망을 갖고 왔다.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정리=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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