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마취'. 수술은 물론 내시경 검사 등에까지 쓰면서 어느새 친숙해졌다. 이렇다 보니 주사약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게 마취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러나 그렇게 쉽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수술을 위한 마취의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수술 일정이 잡히면 환자의 상태나 질환 등을 파악해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 및 마취에 필요한 검사를 한다. 검사 내용을 토대로 가능한 최적의 신체 상태를 만들고, 마취 방법과 약제를 결정한다. 수술이 확정되면 수술 전 환자의 불안감과 분비물을 줄이기 위해 마취 전 투약을 한다. 수술실에서 마취를 하고 수술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마취 상태와 환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수술이 끝나고 환자를 깨워 수술 후 통증, 오심, 구토 등 상황들을 진단, 교정해 모든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마취의 역할이 끝나게 된다.
'마취 그까이것 대충, 뭐 아무나 하지' 할 만큼 만만한 것도 아니다. 마취는 약물 쇼크, 악성고열증 등 치명적인 증상과 저혈압이나 고혈압, 심부전, 구토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부위마취의 경우도 출혈이나 신경손상, 두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마취로 인해 숨질 확률은 자동차와 비행기 사고로 인한 사망 확률의 사이쯤 되는데, 2만명당 1명 꼴이다. 이 때문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 마취를 받는 게 안전하다. 특히 흔히 접하는 수면마취의 경우 마취기법이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기도 확보가 확실하게 되지 않고 마취 심도를 조절하기도 까다로워 위험할 수 있다. 마취 농도가 조금만 약해도 환자가 깨거나 통증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농도가 강하면 기도 폐쇄나 호흡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취의 종류를 살펴보면 크게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직접 관여하는 전신 및 부위마취와 국소마취로 나뉜다. 전신마취는 약제 투여 방법에 따라 산소와 마취가스를 혼합, 호흡기를 통해 투여하는 흡입마취와 정맥 안으로 약물을 주사하는 정맥마취로 구분된다. 부위마취에도 척추, 경막외, 신경차단마취 등이 있다. 국소마취는 국소마취제를 피부에 주사해 그 부위의 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으로, 마취 의사가 아닌 수술 의사에 의해 간단하고 가벼운 수술을 할 때 주로 시행된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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