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초교생 집단 성폭행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 성폭행 피해가 해마다 늘어나고 성폭행 피의자도 줄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발생한 어린이 성폭행사건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초교생이 집단 성폭행범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성인에 의한 어린이 성폭행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지는 판에 초교생까지 범인으로 등장했다는 현실 앞에서 경악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실태 파악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건 표출 초기, 일각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있었다. 새삼스런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들끼리의 음란물 흉내 내기식 집단 성폭행이 더러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더 이상의 심각한 사태를 막기 위한 분수령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 그냥 덮고 대충 넘어간다면 더 많은 어린이가 성폭력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되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 대낮에 장난처럼 집단 성폭행을 하는 어린이가 계속 늘어나고 그들이 아무런 제재와 훈육 없이 성인이 된다면 어떻게 될 일인가. 옛날에는 이런 일보다 정도가 약한 일에도 세상에 망조가 들었다고들 혀를 찼다.
사건 돌출 초기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급거 내려오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 한나라당 진상조사단 등이 몰려오는 등 고위 정책관계자들도 사건의 중대성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잇달아 터진 해일 참사, 광우병 파동에 덮여 우려와 관심도 식어가는 듯하다. 해당 학교 학부모,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안도할지 몰라도 대다수 학생 학부모는 불안하다.
그나마 정부 대책의 윤곽이 나왔고 각 정당들도 수선을 떨고 있지만 상투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실 규명으로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책임자의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사건의 주범을 인터넷 음란물이라고 지적하고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범 이외에 공범, 방조범은 없는가.
학생 문제가 생기면 결론은 항상 사회의 책임, 가정의 책임이었다. 이젠 교육의 책임도 물어야 할 시기가 됐다. 이번 사태에 교육 책임자가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다. 황폐화한 제자 앞에선 스승의 날도 빛이 바랠 수 밖에다.
김재열 심의실장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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