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우리시대의 스승-배해근 교사

"능력 되는 한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국악 가르쳐야죠"

교사에게 있어서 잘 가르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르치냐 이다.

배해근(54'동부중'불로중) 교사는 국악 교육에 평생을 바친 이 시대 스승이다.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가 교사가 되고 나서야 뒤늦게 국악 교육에 뛰어든 이유는 우리 음악이면서도 정작 외면받기만 하는 국악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서다 .

"교과 단원에는 서양 음악과 국악의 교육 비율이 50대 50 입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그렇지 못하죠. 서양 음악과 달리 국악을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가뭄에 콩나듯 하기 때문입니다."

1980년 교단에 발을 디딘 배 교사는 83년에 처음 국악을 접했다. "학교 근처 학원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국악을 배웠어요. 다들 일주일만에 포기했는데, 내겐 너무 좋은 거예요. 국악은 우리민족 고유의 장단 음악이죠. 신명나는 장단에 한 번 빠져들면 누구도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그렇게 국악과 인연을 맺은 배 교사는 곧바로 배움의 길에 나선다. 사물놀이'한량무'시조'공산농요'아쟁'장구춤'거문고'승무 등 '무림'의 국악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제자를 자청했다.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분은 고교 은사 박기환 선생님(한국종경연구소장)이었습니다. 선생님께 바이올린을 처음 배웠는데 국악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것도 역시 선생님을 통해서였죠."

국악에 대한 열정을 감출 길 없던 배 교사는 91년 대구교사국악회를 창단했다. 국악을 아는 교사들이 많아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국악을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후 17년, 이제 대구교사국악회는 대구교사국악관현악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짧지 않은 세월, 단원들의 실력이 부쩍 향상됐고 25명의 단원 또한 50명으로 늘어난 결과다. 국악관현악은 서양음악의 '오케스트라'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가야금'거문고'해금'아쟁'피리'대금 같은 국악기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교사모임이 자리잡은 2001년, 배 교사는 대구청소년국악관현악단까지 창단했다. 이번엔 학생들에게 직접 국악을 가르치고 배움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관현악단 연주는 물론 나발'나각'태평소'운라'용고 등이 어우러진 취타 대공연을 함께 합니다. 서울 국립청소년국악관현악단을 제외하면 전국 모든 사립단체 중 최고 실력이라 자부합니다. 벌써 15회째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일본 조선통신사 행사를 비롯, 매년 두차례씩 해외공연까지 나가죠." 배 교사는 "4년제 대학 국악과에 진학한 학생들이 벌써 20명이 넘는다"며 "이젠 매년 3,9월 마다 오디션을 통해 단원들을 선발한 만큼 실력이 높아졌다"고 뿌듯해했다.

말이 쉽지 학교 바깥에서 다른 아이들을 또 가르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아이들을 지도해온 게 벌써 8년째. 그 사이 동부청소년국악관현악단까지 새로 창단해 가르침의 기회를 더 넓혔다. 국악 교사로서의 신념과 용기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도전이었다.

배 교사는 "국악 대중화시대가 열린 지 오래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은 국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국악을 가르쳐 우리 음악의 계승, 발전에 작은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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