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전설이 되는' 교사가 있기 마련. 졸업 후 수십년이 지나도 친구들이 모이면 학창시절 선생님 별명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라면 딱 세 가지 종류가 있을 터. 첫째는 아주 악명높았던 선생님, 두번째는 특별히 자애롭고 자상한 선생님, 세번째는 특이한 외모의 선생님.
선생님에 대한 애정에다 학생들의 기발한 발상이 더해져 가지각색의 별명이 등장한다.
가장 흔한 별명은 외모에 대한 별명.
1970년대 J여중을 다녔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만나면 '양푼이'선생님을 기억한다. 사회과목 그 선생님은 마치 오랫동안 사용한 양푼이처럼 얼굴이 쭈글쭈글했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1990년대 말 J여고에는 유난히 긴 머리 덕분에 '앙드레 박'이라 불리던 선생님이 계셨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그분은 은근히 말투도 앙드레 김과 비슷해 학생들 사이에선 이름 대신 앙드레 박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또 '고복동'도 유명한 별명. '고등어 복판 동가리'를 줄인 이 별명은 유난히 키가 작고 통통한 남자 선생님들에게 즐겨 붙이던 별명이다. 1980년대 C고를 다닌 사람이라면'갈치'선생님을 기억한다. 갈치처럼 새초롬하고 좁은 얼굴형에다 성격이 다소 날카로워 학생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슬리퍼를 신고 운동장에 나온 학생들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포대를 들고다니면서 학생들의 슬리퍼를 일일이 수거할 정도.
1970년대 S고의 '깜상'이란 선생님은 유난히 얼굴이 까무잡잡해 생긴 별명인데, 졸업식날 한 졸업생이'어이, 깜상'이라고 했다가 '맞아죽을뻔 했다'는 후문이다.
1990년대 J여고 어느 여자 선생님은 '모란봉'으로 불렸다. 정장차림만 고집하는 데다 헤어스타일이 여고생들이 보기에 북한 여자처럼 촌스러워 붙여졌다고 한다. 일년 내내 똑같은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 선생님에게 어울리는 별명이었다고 졸업생들은 회상한다. '탄 감자'도 빼놓을 수 없는 별명. 얼굴이 둥글납작한데다 뚱뚱한 편이었던 그 선생님은 검은 얼굴 탓에 '탄 감자'라 불렸다.
1990년대 초반 D고에는 '오도다'라는 선생님이 있었다. 영어 선생님으로, 혀가 짧은 탓에 '오로라'발음을 '오도다'로 해 이같은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이밖에도 '오리', '곰털', '빵틀' 등은 선생님들의 생김새에 덧붙여진 별명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습관이나 행동, 성격에 따른 별명도 많다.
1970년대 말 C고에는 '괴뢰군'이란 선생님이 계셨다. 하도 포악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당시엔 겁나서 덜덜 떨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것도 애정이었다"고 회상한다.
역시 1970년대 Y고에는 '망치'란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있었다. 긴 막대기로 학생들 머리를 하도 톡톡 때려서 생겨난 별명. 하지만 인기는 최고였다. 학생들과 함께 호흡했던 이 선생님은 20년 후 동창회 홈커밍데이에서도 최고 인기를 차지했다. 또 '백바퀴'란 선생님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운동장을 돌기 시작해 아주 부지런히 학교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서 생겨난 별명이다.
불명예스러운 별명이지만 1990년대 N여중에는 '돈 먹는 하마'라는 별명을 가진 교사도 있었다. 유난히 촌지를 밝히는 선생님을 비꼰 별명.
반면 유난한 의욕에 불타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담은 별명도 있다. 1970년대 후반 K고 '5분 전 5분 후'. 수업시간 5분 전에 들어와 수업끝나고 5분 후까지 수업을 계속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독어 선생님이셨지만 한문을 유난히 좋아해 아이들에게 하루 한자 20개씩 가르쳐주기 위해 열성을 다한 일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된다.
또 최근 D고에는 '사천왕'이라 불리는 선생님들이 있었다고. '무서운 선생님 4인방'으로 이 선생님들만 나타나면 아이들이 두려워했다고 한다. '살모사','독사'등도 무서운 선생님들에게 자주 붙여진 별명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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