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승용차로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영양 일월초교 청기분교. 교사 3명에 학생 11명의 '미니학교'에는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했다. 뺨을 간지럽히는 봄바람과 신록, 학교 옆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 도시의 학교에서 보기 힘들어진 넓은 운동장과 2층 높이의 나지막한 학교 건물도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었다.
5학년 담임 이종수(37) 교사의 안내로 5학년 교실을 찾았다. 청기분교 학생수는 1학년 5명, 3학년과 5학년이 각 3명씩이다. 정여진·최지승 양과 김근덕 군이 책상을 나란히 하고 선생님과 함께 수학공부에 열심이다. 교사와 학생이 1대 3으로 하는 수업인 만큼 한반 학생 수가 30여명에 이르는 대도시의 교실과 달리 진지함이 묻어났다. 이 교사는 "겉핥기가 아닌 깊이 있는 수업이 가능하다"며 "그래서인지 모든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영양읍내 학교와 비교해도 상위권"이라고 얘기했다. 여진이도 "선생님이 자세하게 가르쳐 주셔서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며 좋아했다.
학생 수가 11명에 불과하다보니 운동장에서 축구시합을 할 때엔 유치원생까지 끼워 경기를 갖는다. 박지성과 같은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는 근덕이는 "도시에서처럼 한팀이 11명이 아닌 3대 2로 시합을 하는 게 조금 아쉽다"고. 여진이는 제빵사가, 지승이는 은행원이 되는 게 꿈이다. 여진이는 "빵 만드는 게 재미있어 제빵사가 되고 싶다"고 했고, 지승이는 "안동에서 멋있는 유니폼을 입은 언니들을 보고 은행원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고 귀띔했다.
올해로 교사가 된지 12년째인 이 교사는 아이들의 학업 향상은 물론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교사가 학생들을 자식처럼 자상하게 다가갈 수 있지요. 아이들의 성격과 장단점은 물론 가정 상황까지 파악이 가능해 하나부터 열까지 성심을 다해 이끌 수 있습니다." 옆에 있던 아이들도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11명이 생활하는 청기분교에는 도시학교에서 문제가 되는 '왕따'도 없다. 친형제와 자매, 오누이와 같은 따뜻한 정이 흘러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같이 놀고, 고학년이 저학년을 잘 챙겨준단다. 이 교사는 "닭을 잡았다며 집으로 초대, 식사를 대접하는 학부모들도 계신다"며 "교사와 학생,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서로 정을 나눈다"고 얘기했다.
요즘 산골 분교들은 대도시 못지 않게 교육여건이 우수하다. 컴퓨터와 피아노, TV 등 교육 기자재들을 잘 갖춰 공부하는 데 지장이 없다. 자연을 더욱 가까이 느끼기 위해 이 교사와 학생들은 야외수업도 자주 한다. 학교 한편에 서 있는 우람한 두 그루의 느티나무 그늘에서 수업하면 너무 좋다는 게 학생들의 이구동성. 안동에 있는 박물관이나 가까운 선바위로도 소풍을 가기도 한다.
교실을 나오면서 5학년 교실 앞에 붙어 있는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착하고 예의바르며 성실한 어린이'. 이 교사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것. 공부보다는 인성을 중히 여기는 이 교사의 신념과 시골 아이들의 맑은 심성이 묻어나는 문구란 생각이 들었다.
"일월산 우뚝 솟은 화려한 정기 남으로 뻗어나린 그윽한 터전~"으로 시작하는 청기분교의 교가는 조지훈 시인이 작사했다. 1932년에 개교, 3천354명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할 정도로 역사가 깊은 학교. 하 나둘 농촌을 등지면서 11명이 다니는 분교가 됐지만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서로 정을 나누는 '사랑의 학교'란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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