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피플]김창민(금산삼계탕 사장)

광우병 파동, 수출로 극복…LA에 이어 뉴욕에 지점 오픈

"이제 해외에서 승부를 걸려고 합니다. 국내에선 더 이상 힘이 드네요."

금산삼계탕 김창민(49)사장은 지친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잊혀질만 하면 터져나오는 조류독감 파동에 고객들은 그때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벌써 들안길에도 문 닫은 집이 많고, 조만간 간판을 내려야 하는 삼계탕집, 오리집이 부지기수에 이를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는 대신 비교적 안정적인 외국시장을 뚫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뉴욕지점은 7월 초 오픈 예정이고, 워싱턴D.C에도 지점을 열 예정이다. 일본에도 가계약이 돼 있는 상태.

2002년 LA지점의 성공은 미국시장 진출을 가능하게 해줬다. "고객의 80%는 일본'중국사람이예요. 백인들도 아주 좋아하죠. 닭을 뺀 모든 재료 100%를 국내에서 들여가는데, 우리가 먹는 삼계탕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사실 김 사장은 돈 버는 데에 감각이 탁월하다. 스스로도 '이 세상에서 가장 쉬웠던 일은 돈 버는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정도. 어린 시절 배고픈 기억밖에 없던 김 사장은 돈 버는 데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다. 구두닦이'포장마차'페인트칠 등 안해본 일이 없다.

1990년 금산삼계탕을 개업한 후 한 때 포대자루에 돈을 쓸어담을 만큼 많은 돈을 벌었다.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들안길에 가게를 내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모두 "미쳤다"고 했다. 그래도 김 사장은 "된다" 싶었단다. 정식 학력이라곤 초등학교 졸업장 뿐이지만 고된 삶에서 건져올린 감각이 그의 밑천이 돼 주었다.

"원 없이 돈을 벌어봤다"는 그 이지만 쓸 줄도 안다. 좋은 말로 '기부'지만 그는 그냥 "남 준다"고 표현한다. "큰 아들이 ROTC에 입대, 월급받아서 제게 용돈을 줬어요. 뭘 할까 고민하다가 아들 이름으로 기부를 했죠. 최근 가장 기뻤던 일이예요." 그래도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린다. "주고 마는거지, 굳이 드러낼 필요 있나?"면서. 덕분에 아이들도 남을 돕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의 돈 버는 감각에는 수 많은 여행이 밑천이 됐다. 그는 여행을 지독히도 좋아한다. 개그맨 전유성씨와는 오래 전부터 여행으로 친해진 사이. 틈만 나면 떠난다. 결혼하기 전 부인에게 "다른 건 몰라도 여행가는 것 만은 말리지 말아달라"고 얘기했을 정도. 출국 기록만 150회 가량 된다. 아프리카 빼곤 다 가봤다. 하지만 사치스런 여행은 없다. 국내는 물론 중국이든 일본이든, 무조건 오지로만 찾아 숨어든다. 새로운 것을 보면 우울증이 한번에 사라진다.

그가 여행을 사랑하게 된 것은 유년시절의 가난 때문이었다. 돈 없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것이 그동안 한으로 남았던 것. 아직도 그는 수학여행을 가는 꿈을 꾼다고 했다.

그는 요즘 독특한 주제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돈 벌어서 까먹는 방법, 식당 빨리 망하는 법'에 관해서다. 이는 수십년간의 음식 장사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모두들 '돈 버는 법'을 자랑하는 마당에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김치만두국을 판 적이 있는데, 처음엔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서인지 인기가 엄청났어요. 장사가 잘 되자 만두피를 전문업체에 맡겼더니 그 순간 매출이 뚝 떨어지더군요. 또 가게를 새로 지은 뒤 에피타이저로 내던 닭갈비를 잠시 중단한 적이 있어요. 그 때도 여파가 컸죠. 후식을 기계로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보려고 하면 손님은 너무나 정확하게 잘 알아요. 손님을 60%에서 100%로 늘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100%에서 60%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그는 요즘 조류독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운을 뗀다. 조류독감 때문에 죽은 사람은 없지만 그로 인해 벌써 세 명이 자살했습니다. 국내 닭이 다 폐사되고 나면 결국 미국 거대 회사의 닭을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삼계탕의 재료인 삼계닭은 우리나라밖에 없단다. 삼계닭은 육질이 부드럽고 종자가 작아, 삼계탕에 딱이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이 삼계닭을 직접 키운다. 그는 얘기 도중 수시로 우리나라 닭시장의 몰락을 가슴아파했다. 일본에는'닭 사시미''닭 육회''닭 초밥'까지 먹지만 조류독감 여파는 미미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식당 경영인, 여행마니아, 남을 돕는 독지가, 저술가로 거듭나고 있는 그의 다음 계획은 계획은 무엇일까? "내년 봄쯤 아프리카로 떠날 겁니다. 그러면 전세계 여행은 거의 끝나는 셈이죠.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 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 희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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