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COCORO'(대구 남구 대명9동 )

온 몸에 퍼지는 향긋함, 마음으로 따뜻함을 마신다

대구에서 몇 안 되는 홍차 전문점 중 주부들이 주로 찾는 곳이 있다. 찾는 사람들의 특성상 젊은층들이 들끓는 도심이나 차량으로 넘쳐나는 대로변 등 시끌벅적한 곳이 아닌 아주 한적한 곳이다. 바로 앞산 자락에 위치한 대구 남구 대명9동 859의 2 COCORO(코코로) 이다.

COCORO는 일본어로 마음을 뜻한다(心, こころ). 그래서 메뉴판에'Tea House, COCORO는 마음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올해 나이 쉰여섯인 COCORO(053-624-6152) 주인 배영희씨는 홍찻집 이름으로는 잘 어울리진 않지만 진실된 맘을 바탕으로 차를 판매하고 손님들끼리 서로 맘을 전하는 집이란 의미에서 COCORO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이 찻집은 여느 카페와는 다르다. 평일 오후 3시쯤에 들른 이곳에는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담소를 나누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는가 하면, 한쪽 기다란 테이블에서는 꽃꽂이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이렇게 이 카페는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90평의 너른 공간에 4인용에서

10인용까지 10개의 앤틱 테이블이 여유롭게 놓여있고, 회색 타일의 바닥에 파벽돌과 원목으로 장식한 벽을 타고 흐르는 은은한 조명은 아무리 오래 안자 있어도 싫증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다. 이 집의 인테리어 포인트는 홀 중앙의 네모난 하얀색 천정을 향해 심어놓은 자작나무와 은은한 조명. 천정은 모두 흰색으로 칠해 온화함을 더했다. 안쪽 벽 선반에 얹어둔 홍차기와 홍차류들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들어오는 입구, 남쪽으로 나있는 통유리 사이로는 사람들의 들락날락거림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홍차 등 음료를 준비하는 바 쪽의 쇼케이스에는 신선한 과일 주스를 위한 각종 과일을 비롯해 주인이 직접 아침시간에 짬을 내 만든 쿠키와 조각 케익 등을 진열, 홍차와 곁들여 내놓는다.

홀과 바 사이 가림막에 붙여 3단 책꽂이가 2개 놓여있는 데 1개는 소설과 수필류, 한쪽에는 월간 차 등 차관련 월간지가 빼곡이 꽂혀 있다. 주택가라 유난히도 고요한 데다 테이블 간 넉넉한 공간 등으로 지인들과 대화를 하거나 혼자서 무작정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고 주인이 귀띔했다.

보라색 노트 모양의 메뉴판에 적인 홍차류는 다즐링'아삼'우바'캔디'딤브라'기문'닐기리'다즐링골드'얼그레이'에프터눈'로열브랜드'로열밀크티'시나몬티'마사라티 등 10여종에 이르고, 중국차와 우리차 등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차 시장 여건상 단품으로 찻집을 운영하기엔 아직 수요층이 얇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찻값은 5천~6천원선. 7~9천원짜리도 있긴 하다. 5천원을 내고 다즐링을 시켰더니 보온을 위한 하얀색 천을 덮은 큰 연적만한 하얀색 찻주전자와 함께 찻잔 그리고 고구마파이 2개가 나왔다. 홍차를 따르니 두 잔은 족히 됐다. 주로 인도나 스리랑카가 원산지인 홍차는 떫은맛이 많은 편이다.

꽃꽂이 동호회 활동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구석구석에 꽃꽂이 작품이 진열돼 한결 쾌적하고 아늑한 분위를 제공하고 있다. 주인의 손끝이 구석구석 닿은 듯 소품에는 먼지 하나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특히 카키색 커튼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래서 주부들이 즐겨 찾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배씨는 일본을 오가면서 홍차를 좋아하게 됐고, 아파트에서 탈피해 이곳 단독주택을 매입, 건물 신축 후 2004년 12월 인테리어를 해, 홍차전문점으로 문을 열었는데 아직도 초보수준이라고 너스레웃음을 짓는다.

"찻집을 열고나니 좋은 것은 꽃꽂이나 차 등 동호회 모임을 이곳에서 가지면서 좋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끼리 차 마시고 얘기하는 것이 돈보다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본을 왕래하며 그곳 홍차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얼떨결에 입문했다"는 배씨는 일본에서 홍차점을 해야겠다는 아이템을 얻은 만큼 이곳에는 일본 전통 다다미방까지 만들어두고 일본 전통차(말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이든 찻집이든, 건강식품판매업이든 대부분 전문 업종은 스스로 좋아서 하거나 효험을 느끼고 난 것이 계기가 돼 시작을 하게 된다. 이 찻집도 마찬가지다. 주인 배씨가 냉한 체질로 냉한 성질의 국산차 보다는 발효차인 홍차가 몸에 잘 맞아 즐겨 마시고, 관심을 갖다보니 본업이 돼 버린 것. 배씨는 "홍차는 몸속의 황사와 중금속 등 불순물을 흡착해 배출시키는 신체적 효용성과 함께 홍차 그릇이 밝고 예뻐서 마실 때 마다 기분이 좋다"고 예찬론을 편다.

이곳에서는 부정기적으로 주부들이 만든 주방공예품과 도자기 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작은 음악회'도 수시로 연다. 16일 오후 7시30분에는 대구필하모니오케스트라 주최로 첼리시모 초청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 윤정현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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