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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80명 중 장애인이 55명…화진택시

▲ 대구 동구 화진택시 정비장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차량점검 및 세차작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대구 동구 화진택시 정비장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차량점검 및 세차작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고.'

나눔 경영을 실행하는 사회적 기업이 늘고 있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일하는 기쁨을 주고,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사회에 재투자하는 '아름다운 고리'를 엮어가는 기업들이다.

노동부는 기업의 사회적 참여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범적인 기업들을 선정, 세제혜택과 인건비 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 30개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했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보다는 자선과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대구의 사회적 기업 2곳을 다녀왔다.

15일 오후 대구 동구 각산동에 있는 화진택시. 정비담당자는 차량을 점검하느라 손을 바삐 놀리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서너명의 직원이 세차를 하느라 분주했다. 여느 택시회사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작업하는 직원 대부분은 장애인들이다. 회사에서 지난해 설립한 장갑공장 직원까지 합하면 전체직원 80명 중 55명이 몸이 조금씩 불편한 사람들이다.

운전, 세차, 정비, 경리, 장갑제조, 구내식당 조리사까지…, 회사 곳곳에는 장애인 직원들로 채워져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A씨는 10m거리를 걷는데는 10분이 걸리지만 앉아서 하는 운전은 일반인보다 훨씬 낫다. A씨처럼 30명의 장애인 기사는 장애 경험으로 조심스레 차를 몬다. 사고가 적다보니 보험료도 다른 택시회사보다 적게 낸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더 많은 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고민하고 있다. 장갑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택시업계의 경영난으로 수익이 줄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했고, 정부지원금과 회사돈을 투자해 시설을 갖추고, 14명의 장애인을 더 고용했다. 올 1월에는 이익의 70%를 장애인 시설개선과 일자리 창출에 재투자하겠다며 회사 정관까지 뜯어고쳤다.

1981년 창설된 화진택시가 장애인에게 눈을 돌린 건 1998년부터. 당초 2명을 고용했는데 성실함 때문에 매년 장애인 직원 수를 늘렸다.

서기석 전무이사는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큰 어려움에 처했다. 경영진은 돌파구를 찾아야 했는데 그 해답은 장애인 고용이었다"고 했다. 회사가 분위기를 만들자 노동조합도 적극 지원했다. 조금씩 '장애'라는 장벽이 허물어졌다. 장애인에게 월급을 덜 주거나, 일을 더 많이 시키지 않는다.

최용욱(20·지적장애3급)씨는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선 편견 때문에 3주도 못 버텼는데, 요즘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산다"고 했다. 회사는 앞으로 돈을 더 벌면 토지를 구입해 사택을 지을 계획이다. 화진택시는 장애인의 실업 해소, 수익 추구, 사회봉사 등 사회적 기업의 세 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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