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B(36)씨는 9년간 곱게 키운 아들을 보육시설로 보내야 했다. 삼남매를 키우던 B씨는 정신지체 1급 장애아 아들 문제로 부인과 자주 다퉜고 우울증을 겪던 부인은 결국 2006년 집을 나갔다. 월 90만원의 급여를 받고 공장에서 일했던 B씨는 장애 아들 보육을 중학생 딸에게 맡겨야 했다. 하지만 B씨는 생계와 보육 사이에서 갈등하다 남은 두 아이를 위해 아들을 포기해야 했다.
장애아동을 돌보고 있는 가족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물론 최악의 경우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같은 사실을 정부도 인정하고 2007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장애아동 양육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대구에서 이 혜택을 받고 있는 가정은 고작 27가구다. 대구에 있는 장애인이 9만5천여명이고 이 중 2급 이상 중증 장애인만 2만6천여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
연간 320시간의 양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 제도의 수혜자 L(33·여)씨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S(7)군에게 완전히 묶여 있었던 지난 6년을 "나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고 고백했다. 아들 문제로 남편과의 다툼이 잦았고 결국 지난해 이혼했다. L씨는 그나마 양육서비스 덕분에 월 40만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1년 뒤에도 양육서비스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어 불안하다. L씨는 "장애아이를 버리지 않는 이상 정상적으로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아이를 포기한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가 일부에서만 시행되자 장애인을 둔 가족들은 양육지원사업 확대 실시와 장애아동 부양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오전 대구시장애인부모회는 대구시청 앞에서 장애인 가족지원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최소한의 실태조사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이들의 거듭된 목소리.
이들은 또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장치인 센터를 마련해 장애인 가족 갈등 해소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 경기, 충북 등 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구에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복지정책관실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도 갓 시작한 상태"라며 "내년에라도 타 시도의 수준에 맞춰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장애인과 가족들의 실태를 파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동욱 대구시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정부는 지금껏 단 한번도 장애인 가족들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적이 없다"며 "장애아를 키우면서 우울증으로 가정불화까지 겪는 가정이 대다수"라고 강하게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가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실태조사는 2005년부터 3년에 한번 실시되지만 장애인 가족에 대한 조사는 아직까지 없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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