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억년전 의성은 공룡 놀이터?

세계최장 아기공룡 발자국 발견…인근 지역도 공룡흔적 무더기로

▲ 문화재청이 경북 의성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긴 아기공룡 보행렬 자국. 문화재청 제공
▲ 문화재청이 경북 의성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긴 아기공룡 보행렬 자국. 문화재청 제공

1억1천만년 전의 경북 의성지역은 아기공룡들의 놀이터였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 천연기념물센터는 15일 의성군 금성면 만천리의 약 1억1천만년 전 지층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아기공룡의 보행렬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한 화석지에서는 크기 5×7.5m 정도의 암반에 20여마리의 공룡들이 남긴 100여개의 발자국들이 뚜렷하게 남아 있으며, 그 중에서도 초식공룡 4마리와 육식공룡 4마리의 보행렬은 육안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 보행렬 가운데 네발로 걷는 목이 긴 초식공룡인 용각류 아기공룡 두 마리가 함께 지나간 발자국은 최고 4.35m에 달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룡발자국 전문가인 미국 콜로라도대 마틴 로클리 교수는 "어미가 아닌 새끼 용각류의 보행렬은 세계적으로 드물며, 이렇게 작은 아기 공룡들의 발자국 화석이 어미 공룡이나 천적인 육식공룡들과 함께 길게 보존되어 발견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발견된 보행렬을 분석해 아기 공룡의 당시 보행 속도를 계산해 본 결과 시속 2~5km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아기 공룡의 발자국 바로 옆에서 발견된 육식공룡의 보행속도는 3~10km로 훨씬 빨리 걸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학계에서는 이렇게 작은 지역에 여러 공룡들의 발자국들이 밀도 있게 완벽한 보존상태로 발견된 경우는 매우 드물며, 주로 무리생활을 하는 초식공룡의 발자국 주위에 육식공룡의 발자국이 다수 발견된 것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임종덕 학예연구관은 "보다 정밀한 학술조사 후 올 10월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개최되는 제68차 세계척추고생물학회에 공식적으로 보고, 학술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릴 예정"이라며 "관련 자료를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발견된 아기 공룡 보행렬 외에도 의성에서는 지난 1990년 5월 인근 지역인 제오리에서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발자국 316개가 무더기로 발견됐으며, 지난 2004년 6월에는 점곡면 송내리 속칭 비대골 야산 계곡에서 길이 105cm, 폭 83cm의 초식공룡의 초대형 발자국 500여개가 발견됐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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