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국민을 보는 대통령의 시각

5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전하면서 이를 '최초의 고해성사'니 '사실상의 대국민사과'니 라고 평한 일부 언론이 있다. 고해성사를 일반적인 의미로 이해할 때 이 대통령의 말은 죄를 참회하여 용서를 받는다는 그 본래의 뜻에 전혀 맞지 않으니 대통령에 대한 큰 오해이고 실례다.

소통이란 서로 말이 통해 오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그게 부족하다 함은 국민과 말이 안 통해 국민이 오해한다는 뜻이겠는데, 도대체 이를 누가 참회라고 하겠는가. 알아들으라고 꾸중하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은 역시 나의 수준이 낮아서 갖는 오해일까? 대국민사과란 것도 '사실상'이란 말이 붙기는 했지만 국민보고 오해했다고 핀잔하는 것을 과연 사과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그야말로 촛불을 들고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도 이해하기 힘든, 역시 오해할 말이 아닌가. 그 촛불이 오해의 촛불이니 빨리 끄라는 식의 이야기를 누가 사과라고 이해하겠는가. 게다가 그 촛불을 켜게 한 불순분자들을 색출한다고 야단인 것을 누가 사과라고 이해하겠는가. 이 모두 역시 이 대통령에게는 오해이리라.

우리는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소위 영어몰입교육 문제 등과 관련되어 국민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언제나 무조건 오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오해란 뜻을 잘못 해석한다는 것이다. 바로 대통령의 꾸중을 고해니 사과라고 오해하는 언론이 그렇다. 또한 미국 쇠고기 협상문의 영어를 잘못 해석하여 제멋대로 생각하는 정부 당국자의 경우가 바로 오해다.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는 우리 정부 당국자가 오해의 전형적인 보기다. 이 대통령이 일본을 용서한다고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용서를 빌지도 않는 일본을 용서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따라다니는 '국민은 언제나 오해한다'는 생각이 지금 정권의 국민관이다. 자신은 절대적으로 옳은데 국민의 수준이 낮아 언제나 오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을 오해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은 단순한 무능의 문제가 아니라 무뢰 또는 무례의 문제다. 그것이 국민과 소통이 안 되는 것으로 인한 오해라고 생각함은 교만의 문제다. 아니면 교활의 문제이고 부정직의 문제다. 소통되지 않음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하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지금 문제는 오해도 소통도 홍보도 아닌 주권과 외교와 건강의 사실 문제다. 주권국가로서 국제법상 당연히 인정되는 검역주권의 미국 이양이 문제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국민건강의 왜곡이 문제다. 미국산 광우병 도축 소에 대한 전수권의 포기가 문제고,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미국 지배의 국제수역사무소의 일방적 주장의 인정이 아니라 주권국가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존심이 문제다.

왜 미국은 우리의 쇠고기를 포함한 모든 식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반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자국 소의 기준보다 더욱 낮은 기준으로 왜 우리만 먹어야 하는지의 민족자존심 문제다. 그런 미국 쇠고기가 싫으면 사먹지 말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대통령인가. 싼 게 비지떡이라고 당연히 질이 낮을 터이니 비싼 한우를 사먹으면 된다고 말하는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국민 계층의 대통령인가. 미국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물가, 민영화, 대운하 등등, 지금 국민은 너무나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민주국가의 주인이라는 국민의 반대를 오해라고만 씌우지 말고 진심으로 국민의 말을 받아들여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구한 뒤 재협상을 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박홍규 영남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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