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부부

냉랭한 침묵만 감도는 '침묵부부', 걸핏하면 짜증내고 퉁명스러운 '퉁명부부', 매사 돈타령하는 '돈돈부부', 꼬치꼬치 캐묻고 볶아대는 '달달부부', 다른 사람에게 배우자의 흠을 잡는 '험담부부', 바람을 피우거나 가정을 지키지 않고 밖으로만 나도는 '외도부부', 서로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한 '따로부부'….

실패하는 부부 유형에 대한, 세간의 애교스러운(?) 지적이다. 물론 이런 문제 한두 가지로 인해 당장 부부관계가 깨져 버리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랑비도 장시간 맞다 보면 온몸이 젖게 마련이다. 큰 바위가 아닌 작고 하찮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다. 결혼식장에서는 누구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의 맹세를 가슴에 새기지만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다.

요즘 들어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 사이 부부의 이혼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의 2007년 이혼 통계 자료에도 지난해 45~54세 남녀의 이혼 건수가 모두 늘었다. 세칭 '大入(대입) 이혼'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이혼이 나타난 것도 눈길을 끈다. 자녀 때문에 참고 살다가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이혼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주로 60대 이상의 황혼 이혼이 오랜 세월에 걸친 남편의 아내 학대, 외도 등에서 비롯되는 데 비해 '대입 이혼'은 중'장년층의 이혼 확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기 황혼이혼이라고나 할까.

뿐 아니라 20대 초반 젊은 부부의 이혼율이 전체 평균의 10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나왔다. 쉽게 결혼하고 쉽게 헤어지는 젊은 세대의 결혼관을 엿보게 한다. 황혼 이혼이든 중'장년 이혼이든 20대 이혼이든 부부갈등을 풀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 아닐까.

이런 점에서 어니스트 허버그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논문 내용이 도움이 될 성싶다. 연구팀은 가족 커뮤니케이션 저널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부부가 싸우면서 화를 풀수록 오래 산다"고 주장했다. 미시간주 한 마을의 35~69세 부부 166쌍을 4개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어떤 식으로든 화를 낸 세 집단의 경우 부부가 모두 숨진 비율은 6%에 불과했지만 화를 참고 삭였던 한 집단의 경우 23%나 되더라는 것이다. 부부 갈등의 건강한 분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겠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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