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직 부패에 더욱 엄한 잣대 들이대야

법무부가 공무원과 금융기관 임직원이 뇌물을 받았다가 적발되면 받은 돈의 최고 5배를 벌금으로 물도록 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뇌물공무원에 대해 기존 징역형 위주 처벌만으로는 공직부패 척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벌금형을 함께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뇌물수수 공직자는 중징계하고 수뢰액의 50배를 벌금으로 물리도록 하겠다는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그나마 벌금 5배를 물리는 것은 최고이고 실제로는 판사가 사안에 따라 2~5배 사이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50배는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어 최대 5배로 법안을 만들었다'고 하나 공직자 부패가 끊이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이 정도로 공직부패가 근절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한걸음 더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부패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1위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는 반면 국제투명성기구의 2007년 부패인식지수는 43위로 나타났다.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공직 청렴도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확실한 방안 마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오늘날 국가경쟁력 세계 2위, 아시아 1위의 위치를 확고히 한 것은 과거를 떨치고 최고의 청렴국가로 자리 잡은 탓이 크다. 싱가포르는 부정부패는 법과 제도로 척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나라다.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를 드러냈거나 이에 준하는 처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범죄가 성립된다. 부패재산 몰수법을 통과시켜 법원에 부패사범들이 획득한 각종 재산을 압류하고 동결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으니 공직자들이 부패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여부는 공직자의 청렴과 책임의식의 정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새 정부는 '고소영' '강부자' 소리를 듣는 내각과 청와대를 꾸미고 축재 과정에서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 급락을 경험했다. 새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공직자 부패방지는 절대적이다. 그런 점에서 당초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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