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성 요셉 아버지학교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의 화목이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가정에서는 식구라도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드물어졌고, 온 가족들이 함께하는 행사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예전과 같은 위엄으로 자녀들을 대하면 자녀들은 가까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저의 경우도 철들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신 관계로 아버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한 채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었기에 아들, 딸에게 예의를 지키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아들, 딸이 철들면서 차츰 거리를 두려고 하고, 얘기도 제대로 하지 않으려고 했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몇 해 전부터 동료와 친구들에게 이러한 문제를 의논해보았지만 단지 기다리라는 충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성 요셉 아버지학교'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그저그런 아버지가 아니라 나쁜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역할과 참된 아버지의 모습을 배웠습니다. 그곳에서 변혁의 사회 속에서 변화된 가정에서 아버지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아버지학교 숙제라는 핑계를 대면서 계면쩍은 애정표현도 해보았습니다. 그 후로 가족들로부터 아빠가 조금 바뀌었다는 소리도 들었고, 저도 행복한 아버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가끔은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학교 주변에 계속 있으면 좋은 아버지, 행복한 아버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봉사자로 일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버지들은 어머니들도 어머니학교에서 배워야한다고 합니다. 예전의 가부장적인 가정 속에서 보고 배운 부모의 역할로서는 지금의 가정 속에서는 자녀들을 행복한 가족으로 이끌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행복한 부모로서 자녀들과 함께 참 좋은 가정을 꾸리려면 행복하고 참된 부모 모습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하여야만 합니다. 자녀를 낳고, 자신의 부모님들이 한 것처럼 부양한다고 참 좋은 부모라고 하기엔 지금의 우리의 가정은 너무나 달라져 있습니다. 이제 행복한 부모가 어떤 모습인지, 참 좋은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꾸준히 자신을 바꾸어야만 합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들은 태도를 조금만 바꾸어 자녀를 대하더라도 엄청 좋은 아버지가 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뭘 배운다면 이는 직업, 혹은 사회생활에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행복한 가정, 기쁜 생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학교에서 깨달았습니다. 행복한 아버지가 가정을 세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김승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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