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계절이 다시 왔다. 전국 시·도가 2009년도 국비지원 예산 신청서를 이달 말까지 관련 부처에 제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예산따기 경쟁에 본격 돌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산을 많이 따내는 지자체에는 남다른 비법이 있지 않을까? 대구시와 경북도는 어떤 사업들을 내놓아야 중앙 정부에 먹혀들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역 출신인 김화동(51)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장을 찾았다. 그가 예산관련 업무를 맡아왔던 국장인 만큼 한, 두가지 비법 쯤 귀띔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김 국장은 "물어보시는 분들은 많지만, 특별히 비법이라 얘기할 만한 것은 없다"며 "비법보다는 정도(正道)를 통해 모든 게 이뤄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정도라는 것은 "지역이 합심, 좋은 사업들을 발굴한 뒤 중앙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
이 과정에서 각 부처의 지역출신 공무원들을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역 인맥들을 평소 네트워킹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중앙부처 공무원의 신분으로 출신 지역을 위해 나선다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으나 그는 "공직자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선 도와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대구시·경북도와 중앙부처 간의 소통을 도와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저를 비롯해 지역 출신 동료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다른 지역 출신의 공직자들도 우리들과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 지역출신 국회의원들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며, 국회 사무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맥들까지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역민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단다. "작년에 상주-영덕 구간의 동서 6축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삐걱거릴 때 현지 주민들과 지자체가 적극 나서 지역내 여론을 중앙 정부에 호소함으로써 결국 정상화시켰는데, 예산을 짜는 부처 입장에서 현지 여론을 어떻게 의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국장이 말한 '좋은 사업'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정부의 재정운용 전략에 부합하거나,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아무리 사업계획이 뛰어나도 정부의 전략과 어긋나게 된다면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않고, 지역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내 전문가들로 이뤄진 싱크 탱크들이 지자체와 함께 고민하면서 단기 사업뿐만 아니라 5년이나 10년후를 내다보는 중·장기 사업들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도 30년 계획이 있고 5년 단위나, 매년 계획도 있다. 이런 식으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사업 기간을 달리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도전하면 신선한 사업들이 매년 나올 수 있다"며 "신규 사업들을 자꾸 발굴해야 지역에 활기가 돌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규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회생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또한 "부품소재 산업 등 특화된 산업단지를 조성, 제조업에 우선 주력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 뒤 "대구시와 경북도가 협력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 군위가 고향인 김 국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지역 출신으로는 가장 선배 기수가 돼, 구심점 역할을 떠맡고 있다. 게다가 부처 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행정고시 24회 출신이기도 하다.
군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로 유학, 자취 등을 하면서 경상중·경북고를 거쳐 영남대 법대 졸업과 함께 행시에 합격,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82년 첫 발령지로 경북체신청에서 3년 근무한 뒤 경제기획원 근무를 지원했고 그후 정부 부처 통·폐합에 따라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 등을 옮겨가며 근무해 왔다. 현직인 재정정책국은 기획재정부의 핵심 부서로 예산과 세제 정책을 총괄·조정하면서 국가재정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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