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公기업, 지방엔 '空기업'

공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들이 본부나 지사 등 지방 조직에 권한과 책임을 대폭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로부터 공적 기능을 위임받아 막대한 예산과 사업을 집행하고 있지만 대다수 공기업의 예산과 권한이 서울 본사에 있고 지방은 현장에 대한 단순 관리기능만 있는 '중앙집권식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지역 실정에 맞는 역할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계기사 3면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 출범 이후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기능이 점차 지방으로 이양되고 있지만 공기업만은 예외다. 현안 추진을 두고 지자체와 충돌을 빚는 사례도 있다"며 "공기업이 지역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권한만큼 지역으로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기업 중 지방화 필요성이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곳은 부동산과 사회복지 분야의 거대 공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토공은 산업 및 유통 단지개발과 택지 개발을, 주공은 아파트 공급을 맡고 있으며 두 기관이 올 한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집행하는 사업 예산 규모만 무려 2조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사업 결정과 공사 발주 등 주요 권한의 대부분을 서울 본사가 갖고 있으며 지역본부는 추진 사업에 대한 현장 관리 기능만을 갖고 있다.

주공과 토공의 대구경북 본부 관계자들은 "명칭은 지역본부지만 실정은 사업소와 거의 흡사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인사와 예산, 사업 결정권과 공사 발주 등 주요 업무에 대한 지역본부의 권한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복지 분야 공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으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지출하는 4대 사회보험 비용이 22만9천원에 이르며 대구경북 지역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료로 징수된 돈이 10조원에 이르지만 모두가 서울 소재 금융기관에 예치되고 있어 가뜩이나 돈이 마른 지방에서 '역외 자금 유출'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지사나 지역본부들의 사업 결정권도 없어 지역 현실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한의대 유통경제학부 김종웅 교수는 "2000년 이후 지역 간, 산업 간 불균형이 가장 시급한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공기업의 경영 방침에는 어디에도 지방화에 대한 명시가 없으며 사회 각 부문 중 가장 지방화가 뒤떨어져 있다"며 "거대 공기업이 지방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상당한 만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조직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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