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을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권정생 선생 유언장에서)
귀천(歸天)하는 그날까지 전쟁과 각종 폭력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걱정했던 '가난한 부자, 동화나라로 간 종지기 아저씨' 권정생 선생의 1주기를 맞은 17일 안동에서는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선생이 살다간 일직면 조탑마을에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고 추모식과 도서 및 유품 전시, 생전 거주 고택 방문, 소설 '한티재 하늘' 현장 답사 등 뜻깊은 행사가 잇따랐다.
'권정생 어린이재단 설립준비위'가 마련한 추모식에는 유족 대표인 권현웅씨와 동화작가 박기범, 박남준 시인, 선생이 유언에서 끝까지 믿음을 보였던 최완택(재단설립준비위원장) 목사, 박연철 변호사 등 지인들이 함께하며 선생에 대한 그리움을 나눴다.
이날 재단 설립준비위는 선생의 유언에 따라 어린이재단을 설립하고 남과 북의 어린이 돕기와 팔레스타인·티베트 등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고 소외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재단 준비위는 추모기간 동안 '몽실언니'와 '강아지 똥' '한티재 하늘' 등 선생의 도서를 비롯해 안경과 친필유고·의류·집필도구 등 선생의 유품 등을 전시하고 서예가 장종규씨가 아이들에게 선생의 글귀를 써주기도 했다.
재단설립 준비위 안상학 사무처장(시인)은 "선생은 언제나 아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염원했다"며 "유언에 따라 어린이재단을 설립하고 남북어린이와 분쟁지역에서 고통받는 어린이 돕기 사업과 선생이 꿈꾸던 세상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18일 오전 서울과 안동 인근에서 소설 '한티재 하늘' 답사길에 오른 100여명의 추모객들은 선생이 심고 가꾼 앵두나무와 비만 오면 장화를 신고 다녀와야 했던 1평 남짓한 화장실이 그대로인 선생이 살던 집과 선생의 유해가 뿌려진 빌뱅이 언덕을 찾아 작가의 아름다운 뜻을 기렸다.
이들은 또 선생의 소설에 등장하는 한티재와 돌음바우골·바랑골·섶밭밑·계산골 등을 찾아 작품 속 배경을 설명듣고 안동시 명륜동에 마련된 유품전시장도 관람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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