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심 뒤로 돌아 난데없이 반대편 타석쪽으로 간다. 포수가 쓰기 위해 오른쪽 발꿈치 옆에 둔 로진 백(rosin bag:투수나 타자가 공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묻히는 송진 가루를 넣은 작은 주머니)을 집어 배팅 장갑을 끼지 않은 두 맨손이 하얗게 되도록 잔뜩 바르고 까만 방망이 중간에도 툭툭 친 뒤에야 타석에 선다.
배팅 장갑을 다시 조이고 헬맷을 벗었다 쓰는 박한이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신예 4번 타자 박석민의 타격 습관 역시 독특하기는 마찬가지다.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상대 포수 중에는 미리 바르고 들어오라고 핀잔을 주거나 아예 로진 백을 감춰버린 경우도 있었단다. 그래도 박석민이 꿋꿋이 사용하는 까닭은 하나다. "그렇게 하면 더 잘 맞는 것 같으니까요."
'맨손 타법'을 앞세운 박석민의 꾸준한 활약이 삼성 타선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박석민의 타율은 0.313. 최근 5경기 타율은 0.353(2홈런 5타점)로 더욱 좋다. 17일 두산전에서 삼성은 4대11로 졌지만 1회초 1사 1, 2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시즌 4호)을 터뜨린 박석민의 타격은 돋보였다. 이날 남긴 기록은 3타수 1안타 3타점 1볼넷.
타선을 대표하는 두 거포 심정수와 양준혁이 빠진 상황이어서 박석민의 상승세가 더욱 반갑다. 심정수는 4월25일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뒤 지난 겨울 수술을 받았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아직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다. 타율 0.199로 부진한 양준혁은 결국 17일 두산전에 앞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시즌 중 2군 추락은 데뷔 16년만에 처음이다.
타격 자질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던 코칭 스태프도 당초 박석민이 이 정도로 잘 해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전 선동열 감독은 "불펜에서 선발 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윤성환과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박석민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팀 성적도 중요한 만큼 언제까지 이들에게 기회를 줄지 내 인내심을 시험할 수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부담감이 덜한 하위 타선에서 마음껏 방망이를 휘두르며 경험을 쌓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낫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삼성 타선은 박석민을 하위 타선으로 돌릴 여유가 없다. '양심포' 양준혁과 심정수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박석민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구고 출신인 박석민이 '프랜차이즈 거포'로 자리매김을 하는 첫 시즌이 될 수 있을지 남은 시즌이 기대된다.
한편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과 두산의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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