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姜 회동…김빠진 국정쇄신안 건의는 빠져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청와대회동 결과를 발표하는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의 표정은 밝았다. 조 대변인은 "오늘은 날씨만큼이나 좋은 소식이 있다"며 운을 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야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는 강재섭 대표의 건의를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던 '국정쇄신방안'에 대해서는 강 대표가 건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문제 파동이후의 민심수습책을 마련해서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당 최고위원회의의 의견에 따라 당 여의도연구소 등이 정책특보 신설과 책임총리제 강화, 당정간 정책협의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국민신뢰회복 방안을 마련했으나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기도 전에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보고할 만한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한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이날 주례회동 말미에 20여분동안 이 대통령과 가진 독대과정에서 "굉장히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청와대 시스템개편 및 인적쇄신요구, 내각책임론은 없었던 얘기가 됐다. 강 대표가 준비했던 국정혼선에 대한 '쓴소리'는 사실상 언론을 통해 간접 전달되면서 무산된 것이다.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인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복당의 문제는 기존 입장이 재확인됐다.

강 대표는 지난 주 있었던 최고위원회의에서 복당문제 논의결과를 소상하게 설명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복당문제는)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당이 알아서 할 문제인 만큼 강 대표가 알아서 잘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조 대변인이 발표했다.

강 대표와 당 최고위원회의가 당의 정체성과 윤리규정에 어긋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일괄복당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다. 복당문제는 한나라당이 홍준표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추대키로 함에 따라 홍 의원이 원구성협상을 어떻게 진전시키느냐에 따라 복당시기가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복당문제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괄처리하지 않고 당헌.당규대로 지도지부의 심사를 받도록 할 경우에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친박인사들은 개별당선자들의 심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주례회동에서는 정책위의장이 중심이 된 각부처 차관급 당정실무협의를 상시화하기로 했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있다. 강 대표의 요구에 이 대통령이 손을 들어주면서 당정간의 사전 및 사후협의를 통해 정책조율을 더욱 긴밀히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날 주례회동에서 한나라당이 얻은 유일한 소득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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