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지진, '덤불여치'에게도 배우자

첨단과학조차 대재앙 예측 못해/神이 만든 자연은 두렵고도 위대

아직 活火山(활화산)이 연기를 뿜고 있는 일본 규슈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는 지진연구가의 자그만 동상이 서있다. 마을의 지진을 곧잘 예측해냈다는 그의 지진측정장치는 우스꽝스럽게도 큰 쟁반 위에 콩을 깔아놓은 장치였다고 한다. 큰 쟁반 위의 콩알이 구르거나 흔들리면 지진이 온다는 식이었다. 장난감 같은 계측기지만 마을사람들은 버젓이 둥근 쟁반을 든 동상까지 세워놓고 있다.

그런 일본이 지난해 세계 최초의 첨단 지진예측시스템을 개발해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진이 나는 즉시 지진파를 예측, 통보하는 첨단시스템이다. 그러나 정작 지난 8일 이바라키와 도치기縣(현)에서 리히터 규모 5의 지진이 났을때 20초나 늦잡쳤고, 4월 오키나와의 규모 4도의 지진 때는 큰 흔들림이 발생한 뒤에야 발생 사실을 알렸을 뿐 아니라 예측진도도 빗나갔다. 1월 이시카와현 지진 역시 신속한 속보를 내지 못했다. 콩알을 널어놓고 기다린 시골 아마추어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었던 셈이다.

자존심 상한 일본은 바닷속에 400대 이상의 지진계를 설치해서라도 더 정확한 지진 예측을 해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지만 시스템 완성 목표는 20년 후다. 아직 까마득하다는 얘기다.

지진 예측이 그만큼 어려운 이유에 대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회원인 샤드프스키는 지진이 지하 600~700㎞ 진원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속칭 '타슈켄트 지하의 소리'라 불리는 20세기 최고의 고감도 지진관측장비조차 불과 지하 500m 깊이 우물을 파서 지진계를 설치한 수준이다.

태양과 달의 조석간만 현상에 의해 생기는 지구 표면의 변형까지 기록해낸다는 이 첨단장비도 자연의 신비를 캐기엔 역부족이다. 1천 배는 더 깊이 파고 묻어야 지진의 진앙지에 달할 수 있다는 샤드프스키의 이론대로라면 중국 쓰촨성 대지진 같은 재앙의 예측은 애시당초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첨단장비 얘기보다는 지진 3일 전에 길바닥에 떼지어 몰려 나왔다는 두꺼비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게된다.

지진이 나기 전 동물들과 물고기의 움직임이 먼저 나타난 사례는 전 세계 큰 지진 때마다 빈번히 있었다. 1963년 7월 유고슬라비아 '스코피에' 지진 때도 동물원의 모든 동물들이 으르렁댔고 덩치 큰 하마는 담장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그날 스코피에市(시)는 쑥대밭이 됐다. 태풍이 불어닥치기 전에 해파리가 물가로 나오고 深海魚(심해어)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났던 현상도 마찬가지다.

일본 관동대지진 이틀 전 하야마 해안에서 '히게'라는 심해어가 떠올랐던 예나 1933년 심해 뱀장어가 잡힌 뒤 산리쿠 바다 속 대지진이 일어난 경우, 1963년 니지마에서 심해어가 잡힌 뒤 이틀 후 지진이 있었던 사례 같은 경우다.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자연의 소리나 진동을 동물은 어떤 능력으로 미리 듣고 느낄 수 있는 가는 아직 수수께끼다.

수십만 년 동안의 진화과정에서 위험을 동반하는 초음파에 대해 피해가는 본능이 유전적으로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란 가설과 진화와 도태의 과정에서 초음파를 감각해내는 기관이 발달되고 완성된 것이란 가설뿐이다. 자신이 앉아있는 식물을 통해 전해지는 땅속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한다는 덤불여치는 振幅(진폭)이 수소원자 직경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진동에도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극동지방에서 일어난 지진을 모스크바 풀밭에 앉아있는 덤불여치가 미리 감지한다는 의미다. 그 어떤 첨단과학도 신비의 해답은 자연 속에 숨어있음을 안다면 지진예측 연구도 덤불여치나 심해어가 지닌 생물학적 감각장치와 생체적 원리로부터 배우고 규명해 보겠다는 겸허함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덤불여치와 두꺼비보다도 크게 더 잘난 게 없어보이는 우리 인간에게 자연의 경외로움을 일깨워준 쓰촨성 지진사태였다.

金 廷 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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