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문학치료

만약 우리 삶에서 '예술'이 없다면? 아마도 그건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숲과 산들이 초록색이 아닌 빨강이나 검은색이라면', 하고 상상해 보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단 하루라도 천지만물의 색깔이 뒤죽박죽 바뀐다면 우린 엄청난 혼란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대재앙 아닌가.

예술은 우리에게 공기만큼이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 무엇이다. 비록 지구를 꽉 채운 공기의 존재를 우리가 수시로 잊고 사는 것처럼 무심할 때가 많긴 하지만….

삶에 즐거움과 기쁨을 주며, 인생의 깊이를 더해주는 예술은 또한 우리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 미술치료, 무용치료, 음악치료 등이 대체의학의 하나로서 각광받고 있다. 서구에서 비롯된 예술치료는 1990년대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 심리치료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 가는 추세다.

그간 주로 미술, 음악, 무용 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지던 예술치료에 최근 들어 '문학치료'도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얼마 전 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열린 '의사문학제'에서도 '치유수단으로서의 문학'이 강조됐다. 문학작품을 읽는 환자뿐 아니라 직접 글쓰기를 즐기는 환자에게서 치료효과가 배가되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문학치료 효과는 이미 국제적인 의학전문지 등에서도 다루어져 주목받고 있다. 문학작품을 읽거나 직접 쓰는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 감소와 심리적 안정, 면역력 향상, 신체 기능 호전 등 심신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 '개미''나무' 등의 작품들로 세계적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프랑스 출신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난 4월 방한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걱정과 불안이 많은 사람입니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 대한 일종의 치료입니다." 자신의 창작 동기, 끊임없이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불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저 문맹률을 자랑하면서도 독서율은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월평균 독서시간 3.1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문학의 향기로 국가와 국민의 품격을 높일 방안이 모색돼야 하지 않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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