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가출을 불량 학생이나 악동들만의 '짓거리'로 여긴다. 착한 아이나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가출을 한다는 것은 믿기지 않으며 실제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가출에 대한 욕구가 꿈틀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인이 된 어른들도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마음이 꿀뚝같을 때가 있다. 다만 학교규칙, 부양과 양육의 책임, 경제적 문제 등으로 선뜻 실행을 못할 뿐이다. 그렇다고 부모님 걱정, 가족들 걱정을 나몰라라 하고 집을 떠나라는 것은 아니지만.
불량스럽고 반항심이 물씬 풍기는 '가출'이란 단어가 '클로디아의 비밀'(E.L. 코닉스버그 지음)에서는 유쾌, 상쾌, 통쾌하게 다가온다. 1968년 미국에서 뉴베리상을 받은 이 작품은 평범한 아이들의 가출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기에 적당하다. 깔끔하고 불편한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가장 현실적이면서 치밀하고, 유쾌한 가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클로디아는 맏딸이면서 외동딸로서 겪는 차별과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가출을 도모한다. 홧김에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고 집을 나가는 낡아빠진 방식의 가출이 아니다. 고생스럽고 불편한 것은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클로디아는 동반 가출 상대로 둘째 남동생 제이미를 선택한다. 이들은 성공적인 가출을 위한 '환상의 콤비'이다. 클로디아는 조심스럽지만(돈 문제만 빼고 모든 일에), 돈이 없었다. 제이미는 조심성이 없지만(돈 문제만 빼고 모든 일에), 돈이 많았다. 글로디아는 제이미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해 궁색함 없이 당당하게 가출 비용(동생의 돈을 공동비용으로 활용)을 마련한다.
가출 장소는 PC방이나 찜질방이 아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곳을 선택했다.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남매는 이곳에서 산뜻하고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침대에서 호사스러운 잠을 자고 미술관 안 분수대에서 목욕을 하고 덤으로 바닥에 깔린 동전까지 챙긴다. 그 돈으로 점심을 사먹고 세탁비용을 치른다. 학교엔 가지 않지만 공부를 소홀히 하진 않는다. 낮에 미술관이 문을 열면 견학 온 아이들의 틈에 끼여 미술관 직원의 안내를 들으며 이집트 피라미드 제조방법, 르네상스 회화의 원근법 등을 배운다. 그 똘똘함과 재치가 책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다가 아이들은 '운명적인 일'을 겪는다. 미켈란젤로의 천사 조각상에 둘러싸인 비밀이다. 아이들은 명탐정처럼 그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뒤적이며 정보를 캐낸다.
성적이 우수하고 모범생인 것이 지겹고, 동생들과 날마다 텔레비전 채널 때문에 싸우는 것도 지겹고,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이유로 가출을 한 클로디아. 하지만 클로디아가 도망치고 싶었던 것은 집이 아니라, 바로 자기자신이었다. 마침내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하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클로디아는 위험한 모험을 바라지 않았다. 모험을 하기에는 목욕과 편안한 느낌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클로디아에게 필요했던 것은 비밀이었다. 비밀은 안전하면서도 한 사람을 완벽하게 자른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클로디아에게 가출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유쾌하게 만들려는 노력이었다. 자녀들이 이런 가출을 한다면, 부모님들은 용서해 주실는지?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1. 만약 클로디아처럼 멋진 가출을 하고 싶다면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해 보자.
2. 클로디아 남매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가출 장소로 정한 이유가 뭘까?
3. 클로디아가 가출한 이유와 가출에서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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