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매상 오륙만 원이 전부인데 돌출간판도로점용변상금으로 십오만 원을 맞았다, 벌금 내고 와서 립그로스를 바른다.
이것보세요,영업신고증도없이간판내걸고오륙십만원씩매출올리는가게단속도못하면서코딱지만한가게에서뭘더바라십니까
관련기관에 따지고 싶은 혓바닥을 다독이느라 꾹꾹 오므리는 입술을 보듬어 주고 싶은 것이다, 오므리다 핏물 흘리는 것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리고 싶은 것이다.
그 입술이 얼굴이라서 간판으로 내 걸고 싶은 것이다
아내에게 물었더니, 아줌마들은 립그로스를 안 바른다네. 립스틱도 안 바르고 립그로스도 바를 줄 모르는 분식점 아줌마. 사모님도 아니고 숙녀도 아닌 그냥 아줌마. 돌밭에 뒹구는 돌멩이처럼 흔하디흔한 아줌마. 걷어차도 끽소리 못하는 입 없는 돌멩이. 순진한 아줌마는 공무원 나리 보기만 해도 벌벌 떨기만 한다. 그러기에 기껏 떠오르는 명칭이 '관련기관'이다.
행의 길이가 길게 늘어나 있는 까닭은 아줌마의 심정이 그만큼 억울하고 분하기 때문이다. 띄어쓰기도 없는 2연의 문장이 특히 그러하여, 어금니 꽉 다문 아줌마의 표정이 금세 떠오른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잘못 밉보이면 그나마 올리던 오륙만 원 매상도 사라질지 모르는데.
이 시 읽으시는 구청 단속반 아저씨, 핏물 번진 입술을 간판으로 내 건 분식점이 있거들랑 한번만 눈 딱 감고 지나쳐 주세요. 터진 입술 이윽고 아물 때까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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