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년전 美입양 제이스씨 대구 방문…부모 애타게 찾아

"엄마도 가끔 그리웠나요?"

▲ 친부모를 찾아 양부모의 손을 잡고 대구에 온 제이스 도셔씨. 입양되기 전 머물렀던 백합어린이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친부모를 찾아 양부모의 손을 잡고 대구에 온 제이스 도셔씨. 입양되기 전 머물렀던 백합어린이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떨리는 손으로 입양 직전에 찍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유난히 많은 주근깨, 150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 수줍은 웃음이 싱그러웠다.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은 단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고 미안해했다.

1988년 5월 2일. 당시 네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대구 북구 노원동에서 경찰관에게 발견됐다. 아이가 버려졌다는 주민 신고는 있었지만, 아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경찰은 아이의 보호의뢰서를 만들어 대구 중구 남산동 '백합보육원(현 백합어린이집)'에 보냈다. 의뢰서에는 '주소, 성명 불상. 얼굴이 둥글고 눈이 큰 편. 단발형 검은 머리를 고무줄로 한 갈래 묶었음. 파랗고 빨간 줄무늬 상의에 노란색 바지, 빨간 운동화 착용'이라고 적혀 있다. 백합보육원은 아이의 이름을 '오재숙'이라고 지었다. 재숙이는 2년 동안 이곳에서 살다가 한국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명 제이스 도셔(Jeis Doesher)가 된 아이는 스물세살의 나이로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 미국인 양부모의 손을 잡고 함께 왔다. 뿌리를 알고 싶고, 대구를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는 19일 당시 시설 입소를 도와준 경찰관을 만났고, 백합어린이집도 방문했다.

제이스씨는 "어떤 날은 친부모를 만나면 왜 그 어린 나이에 날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따져묻고 싶었다. 또 다른 날은 부모님을 만나면 손을 꼭 붙잡고 모든 걸 용서하겠다고 생각했다. 혈육과 만나는 장면을 상상하면 가슴이 떨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이스씨는 현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탭댄스를 배웠고,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교회 간사로 활동하며 케냐, 파라과이 등으로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고교 졸업 뒤에는 베이비시터로 돈을 벌고 있다.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뵐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저에 대해 얘기할게요. 전 아기들을 좋아합니다. 할아버지나 장애인을 돌보는 활동도 좋아합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쇼핑하고 잠자는 것이 취미입니다. 당신의 딸이 얼마나 잘 자랐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혹시 버림받은 까닭에 아기를 좋아하는지 물어봤다. "누구나 사랑을 원하고 필요로 합니다. 입양아이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고 베풀고 싶기 때문입니다.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대구에서 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고 싶습니다."

제이스씨의 양아버지 토마스(Thomas D. Doescher)씨는 "제이스는 우리 가정의 큰 기쁨이며 행복이다. 낳아주신 부모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며 "어릴 때 제이스의 오른쪽 종아리 중간쯤에 엄지손톱만한 접종자국이 남아있다"고 했다. 제이스씨의 연락처 053)420-7963.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장성혁 동영상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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