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유치원을 통해 농촌의 소규모 초등학교가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경산시 하양읍 남하리 국도 4호선 옆에 위치한 청천초등학교. 이 학교는 1∼6학년 전교생 24명보다 만 3∼5세의 병설 유치원생 수가 4명 더 많다. "병설유치원 원아수가 본교 학생 수보다 많은 것은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라는 게 경북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학원 등이 즐비한 도시에 비해 아기 울음소리조차 듣기 어려운 요즘 농촌 현실에서는 더욱 뜻밖의 일이다.
대구시와 경산시 경계에 위치한 이 학교는 1980년대만 해도 학년마다 1, 2학급에 학생수도 200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구시와 하양읍내와 가깝고 학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자 인근 대구 숙천초교나 하양읍내 초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5, 6학년 학생수는 대여섯명이 되지만 저학년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폐교 대상인 전교생 50명 미만이 된 지 오래다. 2006년 36명에서 지난해에는 27명, 올해는 24명으로 줄어들었다.
김한성(60) 교장은 "학교를 살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병설유치원 활성화"라며 "유치원이 살아나면 덩달아 초등학교 학생 수도 늘어나면서 학교에 활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우선 아이들이 유치원에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차량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에 총동창회(회장 최병국 경산시장)와 머리를 맞댔다. 동창회에서 1천만원의 기금을 모아 모교에 전달했고, 외손자가 6학년인 구연수(64)씨가 자신의 9인승 승합차로 차량 운행 봉사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겠다는 학부모가 하나 둘 늘어났고, 대구 동구 신서동 등지에서도 오겠다는 바람에 선착순으로 28명까지 제한하는 정도가 됐다. 지금도 결원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줄을 서 있다. 여기에다 조병인 경북도교육감이 전교생 50명 미만의 초교 병설 유치원 원아들에게 급식비 지원혜택을 주기로 해 원아들이 늘어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됐다.
만 3세 아이를 이 유치원에 보내는 주부 이신화(35·하양 남하리)씨는 "나무가 많고 운동장도 넓으며 각종 교육 기자재도 활용할 수 있는 등 교육환경이 좋은데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형 누나들과 함께 뛰놀면서 공부하는 게 무엇보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남매를 보내고 있다는 주부 신분순(39·대구 신서동)씨도 "한달 한명당 1만4천원의 수업료로 급식까지 제공받을 만큼 교육비가 아주 저렴하다"며 "다양하고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과 자연속에서의 활동, 종일반 운영 등 여러 가지 장점이 많아 아이를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부모들은 더 많은 원아들을 모집할 수 있도록 정원을 늘리고, 교육당국에서 차량 운행을 맡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농촌 소규모 학교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해 병설 유치원을 살리고, 이 동력을 다시 초등학교를 되살리는 데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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