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낙동강 운하부터 시작하자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되면서 범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고 취임 이후에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로 인해 실용정부 출범 이후 그 추진력이 이전보다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대구의 경우 내륙도시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운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강하다. 경북도 동해를 끼고 있기는 하지만 사정은 대구와 다를 바 없다.

대구경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입지적 한계는 지난 4월 28일 30대 그룹이 발표한 투자계획에서 잘 나타난다. 95조6천억원이라는 거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안타깝게도 대구경북은 단 한건도 해당사항이 없었다. 특히 수도권과 서남해안권에 투자계획이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가슴에 와 닿는 예를 한가지 더 들어보자. 이달 초 대구시장과 정무부시장이 전례 없이 함께 현대·기아차 회장단을 만나 계열사나 자동차 부품 모듈업체에 대한 대구유치 의사를 전달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또 한 태양광셀 전문 제조업체에 지속적으로 투자유치를 타진했지만 이마저도 군산·새만금에 밀려 성공하지 못했다. 이유는 모두 물류적인 입지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대구경북의 입지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바로 제2관문공항 건설을 통해 하늘길을 열고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물길을 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에 운하건설의 필요성이 이처럼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조차 최근 운하에 대한 반대의견은 더욱 강해지는 반면 찬성의 목소리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반대 의견은 객관적인 근거 제시보다는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고, 대안제시보다는 형식논리에 치우친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낙동강 운하'의 경우 구미, 성서, 달성으로 이어지는 물길이 주요 산업단지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 경제적 기대효과가 타지역에 비해 매우 높다. 기존의 구미·성서·달성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는 물론 대통령 공약사업인 국가과학산업단지 등이 운하를 매개로 산업벨트를 구축할 수 있고, 물길이 이어지는 주요 도시에 내륙항 및 물류터미널이 조성될 경우 물류비 절감은 물론 내륙항을 거점으로 주변을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 관광, 레저·스포츠 산업이 동반발전할 수 있는 친환경 지구로 조성될 경우 대구경북이 누릴 경제적 시너지효과는 더욱 클 것이며 운하청 등 관련 공공기관을 지역에 유치할 경우 부가적인 효과도 동반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효과가 기대로만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과 국민의 여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민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의견수렴을 거쳐 운하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지역의 여론이 운하건설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두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국민여론을 결집하는 출발점이 우리 대구경북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무조건적인 찬성만을 주장하기보다는 환경파괴와 홍수문제 등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또 반대의견자들도 지속적으로 문제점만을 지적하기보다는 국가와 지역발전의 큰 관점에서 이를 극복하고 보다 좋은 운하를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를 찾는 데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찬반론자들의 팽팽한 대치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난관에 봉착한다면, 타지역에 비해 운하에 대한 기대가 높은 '낙동강 운하'부터 시범적으로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물길을 잇는 역사적인 출발을 바로 우리지역에서 시작하고, 낙동강 운하의 성공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대구경북을 통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으면 한다.

모든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한반도 대운하와 낙동강 운하건설을 향해 첫 단추를 끼울 때다. 이 모든 출발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대구와 경북의 여론과 역량부터 하나로 모으는 것임을 명심하자. 그리고 대구와 경북이 선두에 서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낙동강 운하'의 대역사를 만들어보자.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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